“지극정성 기도했는데”…‘화마’에 900살 하동 은행나무도 불타

문경근 기자
수정 2025-03-23 22:03
입력 2025-03-23 19:37

경남 하동에서 900년에 이르는 은행나무도 화마의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국가유산청과 경남 하동군 등에 따르면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이 하동 옥종면 일부로 확산하면서 경상남도 기념물인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가 불에 탔다.
하동군 측이 제공한 사진을 보면 가지 상당수가 부러지고 불에 타 없어진 모습이다. 중간 가지 일부는 남아 있으나, 피해가 상당하다.

두양리의 은행나무는 고려시대 강민첨(963∼1021)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한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은 “강민첨 장군이 심은 나무로 전한다”며 “강 장군은 진주향교에서 공부하다가 이곳에 와서 조상의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냈다”고 했다.
나무의 높이는 27m, 둘레는 9.3m이며 나이는 900년 정도로 추정된다.
1983년 도 기념물로 지정됐으며,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신성하게 여긴다고 한다.

국가유산포털에 공개된 안내판 설명에는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에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드리면 바라는 것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어 자주 찾아오고 있다”고 돼 있다.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현재까지 확인된 국가유산 피해는 이날 오후 기준으로 총 2건이다.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 외에 명승 ‘백운산 칠족령’ 지정 구역 일부가 이번 산불로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백운산 칠족령은 동강의 빼어난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명승지다.
문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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