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안보 막말’은 사업가적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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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수정 2016-04-04 23:34
입력 2016-04-04 22:48

외교 소식통 “동맹보다 경제 우선”

WP “트럼프 대통령 되기 부적합
핵무장론 등 진지하게 생각 안 해”
일각 “본선 진출 땐 입장 바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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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AP 연합뉴스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 선두주자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연일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에 주둔한 미군 철수와 한·일 자체 핵무장론에 미국의 동북아 전쟁 불개입론까지 주장하면서 전 세계가 우려의 시선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의 막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공화당 경선 후보 중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그가 최종 후보로 지명돼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할 경우 현재로서는 외교안보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트럼프의 외교안보 관련 공약이 과연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최근 한 말들, 특히 한·일 핵무장론 발언 등을 지적하며 “트럼프가 중요한 사안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음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WP는 그동안에도 트럼프의 막말 발언을 비판해 왔지만 트럼프가 최근 외교안보에 대한 무지를 여실히 드러내면서 비판의 수위를 더욱 높인 것이다. 사설은 공화당이 트럼프를 낙마시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정말 외교안보에 무지한 것일까. 지난달 25일 트럼프와 2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한 뉴욕타임스 데이비드 생어 기자는 최근 CNN에 “트럼프가 외교안보와 관련한 모든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한·일 주둔 미군 철수 및 핵무장론 등은 동맹 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생어 기자는 이 때문에 관련 질문을 수차례 반복하며 트럼프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트럼프는 외교안보에 무지해서가 아니라 평소 확신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의 캠페인 슬로건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로, 최근 외교안보 공약을 밝히면서 ‘미국우선주의’가 추가됐다. 트럼프는 “미국이 ‘세계경찰’ 노릇을 하느라 미군 주둔 등에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썼는데, 이제는 약해지고 있는 미국을 살리기 위해 이 같은 바보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이는 미국에 불리한 모든 외교·통상 협상을 다시 하고, 중국과 동남아, 유럽,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빼앗아 간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되찾고, 이민자와 난민을 막기 위해 벽을 세우고 국경을 폐쇄하는 등 그가 밝힌 ‘고립주의’ 공약과 일맥상통한다. 결과적으로 미국우선주의는 초강대국 미국의 국제적 역할을 버리고 미국의 이익만을 추구하겠다는 것과 같다. 트럼프의 이 같은 극단주의적 공약에 그를 지지하는 보수적 노동자층 백인 유권자들은 열광하고 있다. 이들 유권자는 삶에 대한 불안과 주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분노로 표출되면서 트럼프의 막말에 호응한다. 덕분에 트럼프는 전국 지지율 40%대를 유지하며 다른 후보들을 누르고 1위를 지키고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한국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동맹 관계로부터 얻는 이점보다는 경제적으로 뭔가 손해를 본다는 사업가적 발상에 기인한다”며 “한국이 독일·일본 등과 같이 거론되는 것이 그런 이유”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공화당 최종 후보로 지명되면 민주당 후보를 이기기 위해 이 같은 극단적 공약을 순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른 소식통은 “현재 트럼프 캠프에 제대로 된 외교 참모가 없어 공약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고 있는데, 대선 본선에 진출할 경우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 외교팀을 이끌게 된 제프 세션스 앨라배마 상원의원은 현대차 공장이 그의 지역구에 있어 평소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향후 정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6-04-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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