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세세히 열거해둔 ‘얼차려’ 규정도 무용지물
수정 2014-08-05 11:39
입력 2014-08-05 00:00
병사는 어떤 경우도 얼차려 줄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현재 군은 규정을 통해 병사에 대한 물리적 제재를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에게 더 철저한 얼차려 규정 숙지가 이뤄졌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 병영생활규정 제30조(얼차려) 항목에는 “법과 규정, 지침, 지시를 위반한 대상자(병사) 중 징계 또는 법적제재의 대상자를 제외한 경미한 위반자에게 얼차려를 부여할 수 있다”고 기술돼 있다.
얼차려의 승인은 소대장급 이상 지휘자나 지휘관(휴무일에는 당직 사령)이며, 집행은 분대장급 이상 간부 또는 당직사관 이상 간부 감독하에 이뤄지게 돼 있다.
이는 아무리 선임이라고 해도 병사는 얼차려를 주는 주체가 될 수 없도록 명시한 것이다.
규정은 또 “피교육생이 얼차려를 통해 정신을 수양하고 체력을 단련했다는 등의 성취감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집행자는 피교육자가 인간적인 수치심을 느끼거나 가혹행위(고통)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얼차려 장소는 공개된 곳(연병장·복도 등)이어야 한다. 이를 집행하는 간부에 대해선 “가능한 한 얼차려를 받는 병사와 동일한 복장을 착용하고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지휘통솔 방법”이라고 밝혀놓기도 했다.
얼차려의 방법과 횟수도 구체적으로 열거돼 있다. 얼차려가 가능한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이며, 1회 1시간, 1일 총 2시간 이내로 실시하도록 했다.
’팔굽혀펴기’와 ‘앉았다 일어서기’의 경우 일·이병은 1회 20번, 총 4회 이내 반복, 구보는 단독군장으로 1회 2㎞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1회 20분 이내의 개인호 파고 되메우기와 1회 20분 이내의 참선, 1회 500자 이내의 반성문 작성 등도 얼차려 방법으로 규정에 포함돼 있다.
이외의 제재 수단에 대해서는 “육군 전 장병은 규정되지 않은 얼차려를 부여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윤 일병 사망 사건에서 드러난 온갖 엽기적인 가혹 행위는 말할 것도 없고 군에서 인습적으로 내려오는 소위 ‘기합’의 상당 부분도 이 규정에 따르면 금지된 것이 많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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