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마무리 승격·세이브…오승환, 2005년처럼
수정 2016-07-03 10:12
입력 2016-07-03 10:12
3일 밀워키와 경기에서 1이닝 퍼펙트로 빅리그 첫 세이브
‘프로선수 오승환’이 처음 내디딘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승환은 묵직한 구위로 선동열 당시 삼성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11년이 지나, 신인의 마음으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한 오승환은 4월 4일(한국시간)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0-3으로 뒤진 7회 등판해 1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메이저리그에선 루키인 그에게 화려한 데뷔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오승환은 경기를 치를수록 빛을 발했다.
2005년 4월 27일 대구 LG 트윈스전에서 프로 첫 세이브를 거뒀다.
당시 삼성 마무리는 권오준이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점점 입지를 굳혔고, 7월부터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2016년 7월 3일, 오승환은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 3-0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 2탈삼진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마침내 오승환이 빅리그에서 세이브를 거뒀다.
6월 초까지만 해도, 세인트루이스 마무리는 트레버 로즌솔이었다. 하지만 현재 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에게 마지막 이닝을 맡긴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두 가지 마음이 혼재한다”고 했다.
그는 “나는 신인이자 외국인 선수다. 새로운 리그에서 배워야 할 게 많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를 마냥 기다려주는 팀은 없다”고 했다.
‘배우면서 당장 성적도 내야 하는 신인 외국인 투수’.
오승환은 상당한 부담 속에서도 압도적인 구위로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했다.
첫 세이브를 거둔 3일 경기를 포함해 오승환은 40차례 등판해 4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25안타만 내줬다. 피홈런은 단 1개였고, 삼진은 무려 55개를 잡았다.
이닝당 출루 허용(WHIP)은 0.85다. 메이저리그 마무리 중 오승환보다 나은 WHIP를 기록 중인 투수는 켄리 얀선(로스앤젤레스 다저스, 0.67)고 잭 브리턴(볼티모어 오리올스, 0.78)뿐이다.
단 1세이브를 거뒀을 뿐이지만, 오승환의 구위와 안정감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와 견줄 수 있을 정도다.
오승환은 2005년 삼성에 입단하던 때를 떠올리며 “김현욱, 임창용, 권오준 선배 등 기량과 경험을 갖춘 선배들이 있었고 권혁과 안지만 등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프로에 먼저 자리 잡은 후배도 있었다”며 “경산볼파크에서 입단 인사를 하는데 ‘내가 1군에서 뛸 수는 있을까’라고 걱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신인 때 마무리를 꿰차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한국에서 277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마무리를 약속받고 2014년 일본 한신 타이거스에 입단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달랐다.
검증받는 시간이 필요했다.
더구나 세인트루이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 불펜진을 갖춘 팀이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단 시간에 마이크 매서니 감독의 마음을 훔쳤다.
메이저리그 신인 오승환은 ‘초심’을 강조했다.
진짜 신인이었던 2005년처럼, 2016년 세인트루이스 오승환은 루키로 등장해 마무리로 승격했고 세이브를 거뒀다.
3일 메이저리그 첫 세이브를 확정한 오승환은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를 꼭 끌어안았다. ‘돌부처’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매사에 담담했던 오승환에게는 무척 이례적인 세리머니였다.
그만큼 ‘신인’ 오승환에게 이날 세이브가 안긴 감격은 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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