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끝낸 원세훈 “北 지속적인 비난에 대응한 것”
수정 2014-09-11 16:42
입력 2014-09-11 00:00
국정원법 위반 유죄에 굳은 표정 “2심서 철저히 하겠다”
“원세훈 피고인을 징역 2년6월과 자격정지 3년에 처한다. 단 징역형에 대한 집행은 4년간 유예.”
연합뉴스
재판부의 선고가 끝나서도 원 전 원장은 5분 넘게 법정을 떠나지 못했다. 상념에 잠긴 듯 우두커니 앉았던 그는 방청객이 대부분 빠져나간 뒤에야 변호인과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인들과 악수를 나눌 때에만 잠시 입가에 미소를 띨 뿐이었다.
선고 직후 취재진을 만나서도 “항소심에서 철저히 잘 해보겠다”라며 선고 결과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원 전 원장은 재판이 시작되기 15분 전인 오후 1시 45분께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나왔다. 그는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년2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 9일 새벽 만기출소했다.
검은색 정장에 하늘색 넥타이의 말끔한 차림을 한 원 전 원장은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뒤로한 채 법정으로 향했다.
재판은 1시간 동안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30분가량의 시간이 지날 무렵 재판부가 원 전 원장의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자 방청석은 술렁였다. 이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무죄로 인정되고, 원 전 원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법정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일부 방청객은 “원세훈은 내란음모 사범”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법정을 빠져나가는 원 전 원장에게 취재진은 ‘재판 결과에 대한 소감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굳은 표정으로 10여 분간 입을 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이 들고 있던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져 부서지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충돌 사태도 빚어졌다.
원 전 원장을 변호한 이동명 변호사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무죄가 난 것은 다행이지만 국정원법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한 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끈질긴 취재진의 질문공세에 원 전 원장은 잠깐 입을 열었다.
그는 “북한의 지속적인 (정부) 비난에 대응한 것”이라고 입을 뗀 뒤 “직원들이 구체적으로 댓글을 쓴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항소하겠다”며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년 2개월간 8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37회 공판기일을 거치면서 반복했던 주장을 거듭 밝힌 것이다.
원 전 원장이 이날 집행유예를 선고받음에 따라 구치소에서 풀려난 지 이틀 만에 다시 법정구속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은 빗나갔다. 그는 오후 3시 30분께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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