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불편함’의 연속 장애인콜택시…“탈 수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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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6-04-19 10:40
입력 2016-04-19 10:40

“사실상 예약은 불가능…교통서비스가 아니라 이동권으로 접근해야”

“어, 어, 위험해요! 도저히 안 되겠어요. 다른 차를 부릅시다.”

턱에 갖다 댄 스틱으로 전동휠체어를 조정하는 유창욱(40·지체장애1급)씨의 모습이 아슬아슬했다. 유씨의 머리는 활짝 열린 화물칸 덮개 천장에 부딪힐 듯했고 그 아찔한 모습에 운전기사와 활동보조인의 입에서는 무의식중에 비명이 흘러나왔다.



결국 다른 콜택시를 불러야만 했다.

오는 20일 제36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난 18일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유씨와 함께 체험한 장애인콜택시는 기다림과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이날 오후 1시 50분께 의정부동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실에서 유씨가 입에 문 스마트폰용 터치펜을 이용,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8번째 대기자’라는 내용이 들려왔다.

유씨는 “이 정도 순번이라면 몇 시간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면서 “지난주에는 14번째 대기자인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될 것 같아서 콜을 취소했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날따라 운이 좋았던 것일까.

콜을 부른 지 25분 만인 오후 2시 15분께 벌써 차가 도착했단다.

기다리던 차량은 구형 스타렉스 승합차.

딱 봐도 작은 차체에 유씨가 타기란 어려워 보였다. 전동휠체어에 앉은 유씨의 머리까지 높이는 약 150㎝인데, 천장이 턱없이 낮았다.

다른 차를 다시 부르기로 했고, 휠체어를 이끌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다시 35분을 기다려 도착한 차는 조금 더 천장이 높은 신형 스타렉스였다. 그러나 이 차도 휠체어를 완전히 뒤로 젖혀야만 간신히 탈 수 있었다.

그나마 이 차를 타기 위해 5층에 위치한 사무실을 휠체어를 타고 두 번 오르락내리락했고, 언제쯤 도착할지 몰라 마냥 기다려야 했다.

불과 4㎞ 떨어진 의정부시 금오동 자택까지 이동하는 데 결국 1시간 반가량이 걸린 셈이다.

비장애인이 그냥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이삼십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가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다.

유씨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평소에 콜택시는 기대도 안 하고 경전철이나 버스를 타러 나간다”면서 “특히 48시간 전에 예약해야 하는 예약콜은 1∼2분이면 마감돼 나처럼 전화나 컴퓨터 이용이 불편한 사람은 정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의정부시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따르면 3월 현재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4천214명이다. 장애인콜택시는 22대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른 보유 대수 기준(200명당 1대)은 충족했으나 문제는 실질적인 운행 대수다.

운전기사가 22명인 탓에 시간대별로 순번을 정해 운행해야 하고, 이 때문에 가장 이용이 많은 낮 시간대에도 운영 중인 콜택시는 10대 미만에 그친다. 당연히 장애인 이동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가 없다.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용란 집행위원장은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운전기사를 늘려달라고 하니, 시에서는 오히려 콜을 3번 취소하면 한 달간 이용 못 하게 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는다”고 전했다. 장애인이 콜택시를 부른 뒤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 그것 때문에 콜택시 기사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인식이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이 아닌, 교통 서비스쯤으로 생각하는 접근 방식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씨는 5년 전 한 계곡에서 다이빙 사고로 경추가 부러지면서 목 아래 신체 부위가 완전히 마비됐다. 손발을 전혀 움직일 수 없고 감각을 느낄 수도 없다.

그런데도 그는 “살아남았다니,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나보다 더 불편한 사람을 위해서 제도와 인식이 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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