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걱정에 불도 못 때…독거노인 힘겨운 겨울나기
수정 2014-12-14 13:42
입력 2014-12-14 00:00
구청서 전세금 지원하는 중곡동 ‘노인의 집’ 방문기

연합뉴스
어스름 해 질 녘까지도 박정자(85·가명) 할머니는 굽은 등을 펼 새도 없이 재활용품과 폐지에 묻은 눈을 털어내기에 바빴다.
”고물상 문 닫기 전에 얼른 갖다 줘야 해. 놀면 뭐해.”
박 할머니의 자그마한 손수레는 새벽부터 온종일 길에서 주워 모은 폐지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이걸 팔아도 할머니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2천원이 전부다.
박 할머니는 광진구청이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전세비를 지원하는 거주공간인 ‘노인의 집’에서 최미자(73·가명) 할머니와 함께 산다.
이곳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면서 남의 도움 없이도 거동할 수 있는 독거 노인들이 구청이나 주변 이웃의 추천을 받아 들어올 수 있다. 한번 들어오면 최장 11년까지는 전세비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방 3개짜리의 약 80㎡ 크기의 빌라에는 할머니들의 옷가지와 살림살이들이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박 할머니는 정부에서 주는 노령연금 20만원과 생계지원비 등을 합해 매달 37만원가량을 지원받고 있다. 함께 사는 최 할머니는 노령연금 20만원과 생계지원비 6만원에 국민연금 20만원을 더해 총 46만원을 받고 있다.
두 할머니는 이곳을 알기 전엔 마땅히 살 곳이 없었다. 아무리 작은 단칸방이라도 월세를 20만∼30만원을 줘야 했다. 수급비의 절반가량이 월세로 나가고 나면 각종 공과금과 식비를 내기에도 빠듯했다.
할머니들이 이 보금자리를 찾은 건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이날 수은주가 영하 7도까지 내려갔음에도 집안은 말 그대로 냉골이었다.
실내온도를 17도에 맞춰 난방했지만 난방 배관이 집 안 고르게 깔리지 못해 바닥은 돌덩이처럼 차가웠다. 지은 지 오래된 집이라 외풍에 심해 코끝이 시렸다.
최 할머니는 수급비 사정이 박 할머니보다 낫지만 3년 전 받은 유방암 수술로 석 달에 한 번씩 해야 하는 종합검진 비용 30만원 탓에 난방 온도를 높이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최 할머니는 “먹고 싶은 것, 필요한 것을 참아가며 돈을 조금씩 모아 검진비용을 마련한다”며 “추워서 몸이 저려도 비용 때문에 난방을 잘 안 한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내년에 당장 갈 곳이 마땅찮다. 입소 기한이 다 해 올해 말에는 이곳을 나가야 한다. 지역사회 복지관은 박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노인의 집에서 더 오래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두 할머니를 담당하는 김영우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이 겨울만큼은 따뜻하게 지내도록 겨울철 난방비는 매달 10만원씩 복지관에서 지원한다”고 설명했지만 두 할머니는 “(난방을) 펑펑 틀었다가 행여나 난방비가 많이 나오면 어쩌나 염려된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여든을 훌쩍 넘긴 연세에도 정정함을 자랑한다. 박 할머니는 “복지사 선생님들이 아무리 말려도 새벽부터 폐지를 모으러 나간다. 꼭 새벽에 나가야 폐지를 많이 건질 수 있다”며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겠느냐. 그래도 몸을 많이 움직여서 무릎, 팔 모두 아직 건강하다”고 웃어 보였다.
김 복지사는 “그나마 노인의 집에 입소한 어르신들은 월세를 지원받는 셈이니 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퇴소해야 해 어르신들이 걱정이 많다”며 “노령연금이 20만원으로 오른 대신 생계지원비가 깎여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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