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교실’ 난방비 무서워 담요 두르고 수업
수정 2013-12-17 13:32
입력 2013-12-17 00:00
“손이 시려 펜도 못잡아”…높은 전기요금·열악한 시설 ‘이중고’
영하권의 추운 날씨가 이어진 17일 오전 서울 은평구 충암중학교 교실에서는 패딩 점퍼를 입고도 모자라 담요까지 뒤집어쓴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학교는 학생들이 한파로 공부에 지장을 받을까 봐 교실별 난방을 가동했지만 48년 된 낡은 건물인 탓에 창문 사이사이로 바람이 들어와 냉기는 여전했다.

연합뉴스
최근 한파가 계속되면서 학교측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학생들이 따뜻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싶지만 높은 전기요금 때문에 온종일 난방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때만 난방기를 작동하고 냉기가 어느 정도 사라졌다 싶으면 끄기를 반복하고 있다.
체육관이 없어서 체육 시간에는 학생들이 눈 덮인 운동장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애로사항이다.
더 큰 문제는 난방해도 시설이 워낙 낡아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충암중은 2∼3학년이 쓰는 3, 4층은 창호공사를 했지만 1학년이 사용하는 2층과 특별활동 교실 등이 있는 1층은 예산 부족으로 학교를 지을 때 쓴 창문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세월이 50년 가까이 흐르다 보니 창문과 창문틀 사이를 메운 실리콘이 들뜨거나 떨어져 난방해도 바깥바람 때문에 공기가 좀처럼 데워지지 않는다.
충암중은 서울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올해 1∼2층 창호공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바람에 공사는 무기한 연기됐다.
이 학교 2학년 정수민 양은 “공부하다가 손이 시려서 펜을 못 잡는 경우가 있다”며 “항상 담요와 핫팩을 가지고 다니지만 난방을 마음껏 못해 어떤 때는 입김이 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충암중 조성태 교감은 “냉방비보다 난방비가 월평균 100만원 정도 더 들어간다”며 “운영비는 제한돼 있기 때문에 난방을 적게 하거나 다른 예산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홍근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가 쓴 운영비 2조5천274억원에서 40.0%인 1조111억원이 공공요금이었다. 이중 전기요금은 19.8%인 4천992억원에 달했다.
또 지난 4년간 여섯 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 과정에서 교육용 인상률은 4.3%로, 농사용(1.29%)이나 주택용(1.63%), 일반용(3.71%) 등보다 높았다. 그러나 학교운영비 산정방식에는 전기요금 등의 공공요금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는다.
박 의원은 “학생들은 냉골교실, 찜통교실에서 고생하고, 학교는 공공요금 내느라 허리가 휘다 못해 부러질 판”이라며 “불합리한 요금체제 때문에 일선 학교의 부담이 가중되는 점을 즉각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