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가는 北 리수용… 케리·반기문 만날지 주목
강병철 기자
수정 2016-04-12 23:44
입력 2016-04-12 23:04
18일 訪美… 파리협정 서명식 참석
핵동결 등 국면 전환 시도 관측
반 총장 방북 재요청 가능성도

연합뉴스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오는 18일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명분은 파리 기후변화 협정 서명식 참석이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커진 상황에 북한 고위 관료가 직접 미국을 찾는 만큼 ‘물밑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반기문 사무총장과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을 별도로 만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리 외무상이 22일 열리는 파리협정 서명식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의 방미는 안보리 결의 2270호 채택 이후 처음이다. 이 서명식은 지난해 12월 프랑스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협정에 서명을 하는 행사다. 북한이 유엔총회 같은 대규모 행사가 아닌 후속 실무 행사에 외무상을 보낸 건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외화벌이 압박까지 받는 북한이 단지 협정문 서명을 위해 대표단을 보낸 건 아닐 것이란 관측이 강하게 제기된다.
리 외무상은 지난 2014년 9월 유엔총회에 북한 장관으로는 15년 만에 참석해 반 총장을 만난 바 있다. 당시 그는 반 총장에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고 이어 반 총장 ‘방북설’이 솔솔 흘러나왔다. 둘은 지난해 유엔총회에서도 만났고 몇 달 후 반 총장이 평양을 전격 방문한다는 보도까지 나왔으나 실현되진 못했다. 이번에도 둘 사이 별도 면담을 성사된다면 리 외무상은 제재 국면의 전환 차원에서 반 총장에게 또다시 방북을 요청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리 외무상은 2014년, 2015년 유엔총회에서 모두 케리 장관과의 공식·비공식 대화를 시도했으나 거절당했다. 다음달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가 예정된 만큼 북한 측은 제재 완화 등을 위해 다시 미국 측에 대화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공식·비공식 면담이 이뤄지더라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 국면에 반 총장의 방북이나 북·미 대화가 당장 이뤄지긴 어렵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제적인 완전 고립 상태에서 그나마 가능한 국제회의에 나가 분위기를 보겠다는 의도 같다”며 “반 총장 등이 만나도 별로 할 얘기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리 외무상이 어떤 카드를 내놓진 알 수 없지만 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핵 동결 의사 등을 내비치는 선에서 평화협정 등을 폭넓게 요구하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할 순 있다”고 전망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6-04-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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