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남 관계개선 분위기 마련해야”
수정 2014-01-02 02:24
입력 2014-01-02 00:00
신년사 통해 본 3大 키워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육성 신년사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조부인 김일성 주석이 했던 방송을 통한 육성 신년사 발표를 올해도 이어 갔다.
연합뉴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북남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백해무익한 비방, 중상을 끝낼 때가 됐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되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나갈 것이고 북남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통상 신년 초에 정부·정당·단체 연석회의를 통해 대남 노선을 결정하고 후속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화 카드에 관심이 쏠린다. 북·미 관계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의 향후 태도를 주시하며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통일부는 북한이 표면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 마련을 언급했지만 ‘핵재난 가능성’, 남측의 ‘종북 소동’ 등도 함께 거론해 태도 변화 여부는 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자주권 수호 의지는 보다 강조했지만 핵 관련 언급 없이 기존 입장만 반복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제1위원장이 ‘핵 억지력’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은 6자회담에 대한 대응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처형된 장성택을 ‘종파 오물’로 표현하며 당과 혁명대로를 다지기 위한 제거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신년사 앞부분에 종파 문제를 내세운 것은 김정은 유일 영도체제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법규범과 질서 확립을 강조하면서 주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제1위원장이 경제 분야를 강조했지만 경공업 육성보다는 특히 농업에 대한 집중을 강조해 새로운 비전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년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선군’(先軍)이라는 표현은 재작년 17회에서 지난해 6회, 올해는 3회로 절반 이상 줄어든 대신 ‘농업’은 지난해 2회에서 올해 6회로 늘었다. 북한의 식량 문제가 체제 안정의 관건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부친 김정일은 잘 쓰지 않았던 ‘인민 존중’ ‘인민 사랑의 정치’라는 감성적인 표현을 써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부인 리설주와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며 올해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4-01-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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