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D-30] 역도산 사위 박명철 등 조체대 출신이 北체육계 좌지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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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4-08-20 04:12
입력 2014-08-20 00:00

주목받는 북한 스포츠계 인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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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철
박명철
어디에나 인맥은 있다. 북한에도 스포츠계를 좌지우지하는 특정 학맥이 있으니 바로 ‘조선체육대학’(조체대) 출신들이다. 우리의 대한체육회와 같이 북한 내 스포츠분야를 총괄하는 조직이 체육성인데, 조체대 출신들이 체육성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조체대 출신으로는 프로레슬러 역도산의 사위이자 북한 체육상을 오랫동안 맡았던 박명철과 손광호 조선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겸 체육성 부상, 김정식 국가체육지도위원회 부국장, 1991년 남북단일팀 실무협상을 담당했던 김광호 국가체육위원회 축구연맹 위원장 등이 있다. 또 다른 대북소식통은 북한 스포츠계에서 조체대가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현재의 체육성인) 과거 국가체육지도위원회에서 조체대 출신은 90% 이상이었다”면서 “조체대가 아니면 각 연맹의 서기장, 기술국 국장 등 출세 라인을 탈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 스포츠계의 ‘이너서클’ 역할을 하는 조체대는 평양 동대원구역 냉천동에 있다. 학생과 교직원은 모두 2500여명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1960~1980년에 당시 소련과 우크라이나, 동독 등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로 체육특기생과 교원들을 해외연수 및 유학생 신분으로 파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유학생들 대부분이 귀국해서 자국의 체육교육과 체육행정을 가르치는 역할을 하며 조체대는 조금씩 북한스포츠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됐다. 대북 소식통은 “특설학부를 졸업하면 평양에 있는 ‘1급 선수단’ 감독·코치로 갈 수도 있지만, 수요가 다 차면 일선 학교에서 감독·코치를 하며 선수단에 자리가 생길지 기다린다”고 말했다. 조체대가 원래부터 북한 체육계를 장악한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 북한 체육 분야의 간부 인사는 당 근로단체부가 맡았지만, 당시 근로단체부장이었던 장성택의 ‘인사 월권’이 심해지자 박명철 국가체육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체육 행정사업을 잘 아는 우리에게 인사 등을 맡겨 달라”고 읍소했던 일화도 있다.

북한 선수단·응원단의 9월 인천아시안게임 참가에서도 행정과 실무에서 조체대 출신들이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조체대 출신으로 언급했던 손 부위원장은 실제로 지난 1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실무접촉의 북측 수석대표로 나선 것은 북한 체육계 내 ‘조체대’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대북소식통은 “조체대 출신들이 실무진으로 인천에 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예상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4-08-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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