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달걀 이븐하게 삶는 법” 찾았다 [달콤한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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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5-02-10 11:00
입력 2025-02-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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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3스타 식당을 운영하는 안성재(오른쪽) 쉐프는 요리경연 대회에서 “이븐하게 익지 않았다”는 말을 남겨 화제가 됐다.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최근 삶은 달걀을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삶는 방법을 개발해 화제다.  넷플릭스 제공
미슐랭 3스타 식당을 운영하는 안성재(오른쪽) 쉐프는 요리경연 대회에서 “이븐하게 익지 않았다”는 말을 남겨 화제가 됐다.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최근 삶은 달걀을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삶는 방법을 개발해 화제다.

넷플릭스 제공


과거 소풍 풍경이나 기차 여행을 묘사할 때 항상 언급되는 것이 사이다와 삶은 달걀이다. 삶은 달걀은 호불호가 많지 않은 식품이지만, 원하는 식감으로 완벽하게 삶기란 쉽지 않다. 끓는 물에 담가 놓고 잠깐 한눈을 팔면 달걀이 터지기도 하고, 충분히 삶았다고 생각하고 꺼냈는데 덜 익었을 때도 있다. 그런데, 화학자, 재료과학자, 공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달걀을 ‘이븐’하게 삶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눈길을 끈다.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2세 대학 화학과, 약학과, 폴리머·합성·생체물질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달걀의 노른자와 흰자를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조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주기 조리법’(periodic cooking)으로 이름 붙인 이 방법을 사용하면 기존의 삶는 방법이나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달걀보다 더 골고루 익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양성분도 훨씬 풍부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엔지니어링’ 2월 7일 자에 실렸다.

달걀의 노른자와 흰자는 각기 다른 온도에서 익는다. 흰자는 섭씨 85도에서, 노른자는 섭씨 65도에서 익는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달걀을 삶을 때는 섭씨 100도의 끓는 물에 달걀을 넣고 익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경우 노른자가 완전히 익어버린다. 반면 최근 유행하는 섭씨 60~70도의 물에서 1시간 동안 달걀을 조리하는 수비드 방식은 흰자가 덜 익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연구팀은 전산 유체역학을 이용해 달걀 삶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해 달걀을 원하는 방식으로 조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시뮬레이션 결과, 섭씨 100도로 끓는 물 냄비와 섭씨 30도의 미지근한 물에 달걀을 2분 간격으로 번갈아 가며 담가놓는 방식으로 총 32분 동안 조리하면 완벽한 삶은 계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기 조리법’이라고 부르는 이 과정을 실제 가정의 조리 환경에서 실험했다. 삶은 계란, 반숙 계란, 수비드 계란과 이번 방법으로 삶은 달걀로 질감과 관능 특성 테스트를 하고 핵자기공명 영상, 고분해능 질량 분석법으로 화학적 특성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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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정도에 따른 계란의 내부 모습. 주기 조리법으로 삶은 계란이 가장 완벽하게 익힌 것을 알 수 있다.  날 계란, 완숙 계란, 반숙 계란, 수비드 계란, 주기 조리 계란(왼쪽부터)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2세 대학 제공
삶은 정도에 따른 계란의 내부 모습. 주기 조리법으로 삶은 계란이 가장 완벽하게 익힌 것을 알 수 있다. 날 계란, 완숙 계란, 반숙 계란, 수비드 계란, 주기 조리 계란(왼쪽부터)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2세 대학 제공


분석 결과, 주기 조리법으로 삶은 달걀은 수비드 달걀과 비슷한 부드러운 노른자를 가졌고, 흰자 농도도 수비드와 반숙의 중간 정도로 확인됐다. 주기 조리법으로 삶은 달걀의 흰자 온도는 조리 중 섭씨 35도에서 100도 사이였으며, 노른자는 섭씨 67도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기 조리법 삶은 달걀의 경우 노른자에는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진 미량 영양소인 폴리페놀이 다른 방식으로 삶은 달걀들보다 더 많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에르네스토 디 마이오 나폴리 페데리코2세대 교수(화학재료공학)는 “이번에 발견한 방법을 활용하면 완벽하게 조리된 달걀을 맛볼 수 있다”라며 “이번 방법은 단순히 계란 삶기뿐만 아니라 다른 재료 경화와 결정화 등 공업적으로도 적용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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