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희 “빙속은 ‘자기만족’…쇼트트랙 미련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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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4-10-10 09:26
입력 2014-10-10 00:00

“단거리 위주로 도전할 것…훈련 때마다 달라지는 게 느껴져”

“쇼트트랙과 확실히 다르다 보니 훈련할 때마다 달라지는 게 느껴지네요.”

세계 정상급 쇼트트랙 선수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전향을 선언한 박승희(22·화성시청)는 새로운 도전이 주는 설렘과 성취감에 밝은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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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전지훈련 마치고 돌아온 박승희
스피드스케이팅 전지훈련 마치고 돌아온 박승희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을 선언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박승희가 캐나다 전지훈련을 마치고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연합뉴스와 만나 미소 짓고 있다. 그는 10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리는 스피드스케이팅 공인기록회에 처음으로 출전한다.
연합뉴스
캐나다 캘거리에서 한 달가량의 전지훈련을 마치고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박승희는 연합뉴스와 만나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는 것이라 힘들지만 재미있다”면서 “즐겁게 훈련을 다녀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승희는 2010 밴쿠버, 올해 소치 동계올림픽에 대표로 출전하면서 여자 쇼트트랙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한 선수다.

특히 소치에서는 여자 1,000m·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500m에서는 한국 선수로 16년 만에 동메달을 따는 영광을 맛봤다.

그러나 새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비시즌 기간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을 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내다봤고, 8월 중순께 마음을 굳혔다.

새로운 도전을 결심한 계기를 묻자 박승희는 “막연하게 스피드스케이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오래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초등학교 시절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으나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종목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스피드스케이팅이 너무 힘들어서” 쇼트트랙 선수가 됐다.

박승희는 “다시 스피드스케이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건 밴쿠버 올림픽 이후였고, 소치 올림픽을 마치고서 은퇴를 고민하던 중 결과에 상관없이 도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소치 올림픽 이후 진로 고민에 빠졌을 때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언니 박승주(24)가 조력자로 나섰다.

박승희는 “언니가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라도 스피드스케이팅은 완전히 다른 것이니 바닥에서 시작하는 거다. 그런 걸 받아들일 수 있다면 하라’고 하더라”면서 “자기 일처럼 고민해줬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지훈련 기간에도 박승희와 가까운 곳에 머물며 훈련하던 박승주는 ‘빙속 여제’ 이상화와 함께 동생에게 힘을 실었다.

박승희는 “언니들도 저를 존중해주기에 스케이트를 타는 것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건 언니들이 많이 조언해줬다”고 설명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트랙뿐만 아니라 스케이트 종류, 경기 방식 등 많은 것이 쇼트트랙과 다르다.

쇼트트랙에서는 최고의 선수였던 박승희에게도 스피드스케이팅과의 새 출발은 낯설 수밖에 없다.

박승희는 “직선 구간이 길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면서 “아직도 어려워서 연습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또 “올여름 많은 고민을 하면서 운동을 늦게 시작해 체력훈련도 많이 하지 못했다”면서 “쇼트트랙을 할 때보다 강한 체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박승희는 훈련 과정을 돌아보며 ‘즐겁다’, ‘만족스럽다’는 표현을 가장 많이 썼다.

그는 “국가대표가 되고 올림픽에 간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멀리 내다보기보다 당장 즐거워서 하는 것”이라면서 “스피드스케이팅은 ‘자기만족’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정의했다.

”하루하루 훈련하면서 ‘오늘은 직선 구간에서 잘했다’는 것과 같은 작은 것에 행복을 느껴요. 아직 모르는 게 많아서 새로 알아가는 것도 즐겁습니다.”

”은퇴를 고려하다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온 것이라 쇼트트랙에는 이제 미련이 없다”고 밝힌 박승희는 박승주와 이상화처럼 단거리 빙속 선수로 서기 위한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승희는 10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리는 공인기록회에서 빙속 선수로 첫선을 보인다.

그는 “귀국한 지 하루 만에 뛰는 것이고 2차 기록회도 있으니 내일은 정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서 “처음부터 큰 목표를 가지는 것보다는 즐겁게 하면서 좋은 일이 오면 더 기쁠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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