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때처럼… 코백 ‘무슬림 등록제’ 제안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수정 2016-11-22 22:59
입력 2016-11-22 22:20

잠재적 테러리스트 美입국 금지…상시 감시하는 출입국 정책 논란

도널드 트럼프(70) 미국 대통령 당선자 내각에서 국토안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 코백(50) 캔자스주(州) 주무장관이 잠재적 테러리스트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과거 9·11 테러 직후 수준의 강력한 출입국 제도를 제안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미지 확대
크리스 코백(오른쪽) 캔자스주(州) 주무장관 AP 연합뉴스
크리스 코백(오른쪽) 캔자스주(州) 주무장관
AP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AP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코백과 45분간 면담했다. 당시 코백은 클럽에 들어가면서 실수로 그가 준비해 간 문서를 언론사 카메라에 노출해 주목받았다. 반(反)이민론자인 그가 만든 서류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 개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취임 이후 365일간 코백의 국토안보부 계획’이란 제목의 문건에는 2002~11년 시행된 ‘국가안보 출입국 등록제’(NSEERS)를 재도입하겠다는 내용이 최우선 과제로 제시됐다.

미국은 9·11 테러가 발생한 다음해인 2002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 이라크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테러단체 소재지로 알려진 국가 출신 16~45세 남성 입국자에 대해 지문 채취와 심층 면접, 사진 촬영, 주소지 정기 보고(30일 이상 체류 시) 등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했다. 테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이들의 미국 입국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행정 비용에 비해 성과가 적고 중동 국가의 반미 성향만 키운다는 비판이 제기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폐지했다. 코백은 이 제도를 보완해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이 등록제는 트럼프가 대선후보 시절 공언했던 ‘무슬림 전면 입국 금지’보다 한결 완화된 조치이긴 하다. 하지만 테러 위험 국가에서 온 여행자를 상시 감시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어서 사실상의 ‘무슬림 등록제’로 여겨진다. 다분히 이슬람 국가를 겨냥한 제도인 만큼 종교 차별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코백의 문서에 들어간 방안은 트럼프의 대선 공약과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누가 국토안보부 장관이 돼도 코백이 내놓은 아이디어와 비슷한 내용의 강경 기조 이민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그(코백)를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얼마나 심각하게 고려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그는 트럼프의 출입국 정책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6-11-23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121년 역사의 서울신문 회원이 되시겠어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