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첫 여성 대선후보] ‘흙수저’ 보듬기… 백악관 지름길

김미경 기자
수정 2016-06-07 22:28
입력 2016-06-07 22:20
‘마담 프레지던트’까지… 그녀가 풀어야 할 과제
클린턴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과제는 대선 후보로서 유권자들이 갖는 비호감도가 높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역대 가장 막강했던 8년간의 퍼스트레이디라는 평가와 함께 8년간의 뉴욕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을 지내며 미국민에게 친숙한 이름이 됐다. 다양한 국정 경험을 쌓은 검증된 후보라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그의 참신성을 떨어뜨리는 부메랑이 됐다. 또 미국 정치사상 처음 부부 대통령 도전이라는 부분에서 정실(情實) 민주주의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런 부분이 그에 대한 비호감도로 연결된다.
한 선거전문가는 “대통령이 되려면 비호감도가 낮아야 한다. 즉 후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적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클린턴의 높은 비호감도는 트럼프의 비호감도와 거의 비슷하며, 결과적으로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석했다. 최근 한 달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의 비호감도는 평균 55.5%로, 호감도(37.4%)보다 월등히 높고, 트럼프의 같은 기간 평균 비호감도(58.4%)와도 별 차이가 없다.
클린턴의 비호감도가 높아진 이유로는 각종 스캔들에 따른 신뢰도 추락도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미 언론은 “클린턴의 대선 캠페인에는 새로운 것이 없고, 클린턴 자신도 정치가문 출신의 귀족적, 모범생적 이미지를 고착화하고 있다”며 “여기에 샌더스와 대조되는 낮은 신뢰도가 상당한 타격을 입혀 비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사용 문제와 월가로부터 받은 고액 강연료,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운영해 온 클린턴재단의 불투명한 지원금 문제 등 각종 스캔들이 드러나면서, 트럼프가 클린턴을 계속 때려 흠집을 낼 수 있는 좋은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선거전문가는 “트럼프가 클린턴의 스캔들을 계속 때릴 경우, 클린턴이 얼마나 맷집을 갖고 대응할지 모르겠다”며 “트럼프가 자신에 대한 기준 점수는 낮추고 클린턴에 대해서는 높여놨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클린턴이 대선에서 샌더스의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샌더스 지지자들이 클린턴에게 표를 던지지 않고 기권할 경우 트럼프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샌더스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층 남성과 진보적 젊은층 상당수는 클린턴에게 등을 돌리고 있으며, 특히 이들 유권자들이 많은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 포함되는 오하이오주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와 플로리다, 버지니아 등 샌더스가 강세를 보인 주에서 클린턴이 표를 얻지 못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클린턴의 경력에서 보듯 대다수 미국민이 공감할 만한 ‘흙수저’ 경험이 부족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이 히스패닉·흑인·여성 등 ‘집토끼’는 물론, 샌더스 지지자들과 트럼프에게 반대하는 공화당 온건보수층 ‘산토끼’를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클린턴 캠프의 전략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서울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2016-06-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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