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나요, 500일간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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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4-01-03 04:46
입력 2014-01-03 00:00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광화문 농성

“벌써 500일이 됐지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2012년 8월 2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 광화문역 지하도 한 귀퉁이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2일로 꼭 500일째를 맞았다. 이들은 장애등급에 따라 복지혜택의 차별을 두는 장애등급제는 몸에 등급을 매겨 관리하는 비인간적인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부양의무제는 장애인을 돌볼 사회적 의무를 가족 책임으로 전가해 복지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주범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추위나 더위, 불편한 천막생활도 큰 어려움은 아니었다고 했다. 흘깃 쳐다보고는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 괴로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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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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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이 흘렀지만 달라진 건 없다. 전장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남 의령에서 홀로 살던 지체장애 4급 남성(48)과 대구에서 88세 노모와 살던 지체장애인(56·3급) 등 장애인 2명은 장애 등급이 모자라 활동 보조인 지원을 받지 못하다가 불이 나 숨졌다. 현행 장애등급제에 따르면 장애등급이 1·2급이어야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 제도의 적용 대상이 된다. 같은 달 2일에는 서울 관악구에서 1급 지체장애 아들(17)을 둔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부양의무제에 따르면 아버지가 살아 있는 한 장애인 아들이 직접적인 기초수급자가 될 수 없다.

이형숙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부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약을 꼭 지키겠다고 약속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변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는 2014년까지 현재 1~6등급으로 나뉘는 장애등급을 중·경증 등급으로 단순화하고 2017년까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정부 계획대로 장애등급을 중·경증으로 단순화하려면 2014년에 최소 2000억원의 예산이 확보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정부 계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4-01-0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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