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신안선 발굴 50주년

서동철 기자
수정 2026-09-16 01:46
입력 2026-09-16 00:38
원나라 역사책 ‘원사’(元史)에는 위구르 출신의 관료를 주인공으로 하는 ‘역흑미실전’(亦黑迷失傳)이 있다. 역흑미실은 지원 24년(1287년) 불발사리(佛鉢舍利)를 구하려 마팔아국(馬八兒國)에 사신으로 갔다. 그곳에서 궁궐 건축재로 자단목을 사재로 구입한 뒤 돌아가 황제에게 바쳤다는 내용이다. 마팔아는 마바르의 한자 표기로 인도 동남부 지역을 가리킨다. 불발사리는 부처의 진신사리가 담긴 사리함으로 짐작된다.
신안선의 수중 발굴조사는 1976년 시작됐다. 1323년 중국 닝보에서 일본 하카다로 가던 무역선이었다. 이 배에는 2만 5000점 남짓한 도자기와 28t의 중국 동전, 1017점의 자단목이 실려 있었다. 역흑미실의 인도행은 신안선보다 36년 앞선다. 인도산 자단목이 동아시아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백제 의자왕이 일본에 선물했다는 쇼소인(正倉院) 바둑판도 자단목이라니 교역의 역사는 훨씬 거슬러 올라간다.
수중 발굴 이후 신안선 연구는 선체의 정체와 선적된 화물의 성격을 규명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선체와 목제 유물 보존을 위해 목포보존처리장이 마련됐고 국립수중유산박물관(옛 목포해양유물전시관)도 세워졌다.
송원대 도자기와 일부 고려청자에 모아졌던 초기 관심은 크게 확장됐다. 신나라 화천부터 원나라 지대통보에 이르는 1300년에 걸친 66종의 중국 동전도 그렇다. 신안선에 실린 동전의 금속 성분이 일본 가마쿠라 대불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불상 제작용이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당시 일본뿐 아니라 고려도 불구(佛具) 제작용 동전을 중국에서 수입했다는 연구 성과도 나왔다.
신안선 발굴 50주년을 맞아 국립수중유산박물관에선 ‘바다를 건넌 나무, 자단’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도 오늘 ‘신안선 자단목과 동아시아 해양교류’ 국제학술대회를 갖는다. 주목받지 못했던 자단목이 갈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서동철 논설위원
2026-09-1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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