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북극항로

박성원 기자
수정 2026-08-26 03:26
입력 2026-08-26 01:03
2020년 9월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는 그해 북극 해빙이 374만㎢까지 녹아 1979년 기록 시작 이후 두 번째로 작은 면적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지구는 1994년부터 2017년까지 28조t의 얼음을 잃었으며, 이 중 북극 해빙이 7조 6000억t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줄어들면서 북극해를 통과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바닷길이 넓어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7~10월에 주로 이용했던 북극항로는 이제 연간 5~6개월 운항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2040년쯤이면 운항 가능 기간이 8~9개월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기후변화가 북극에는 환경위기로 나타난 반면 해운업에는 새로운 물류시장을 열어 준 셈이다.
지난 22일 부산신항에서 2758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유럽을 향해 출항했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배는 원래 부산에서 출항해 서쪽 인도양을 지나 아프리카 대륙의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이 배는 북동쪽으로 출발해 러시아 북쪽 연안을 따라 북극해를 가로지르는 북극항로로 시범운항할 예정이다.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면 약 2만㎞를 항해해야 한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 3000㎞로 7000㎞(35%)가량 짧다. 그만큼 운항 기간과 연료비를 낮출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시 레전드’ 선사의 시험운항에 이어 올해 8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닝보~북유럽 노선을 주 1회씩 8차례 운항하며 항로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30년 북극항로 정기 상업운항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연안을 타고 가는 북동항로는 러시아 정부의 통항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고 대가를 지불한다면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복잡한 국제정치 역학관계를 뚫고 나가야 하는 ‘외교안보 쇄빙선’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박성원 논설위원
2026-08-26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THE NEXT : AI 운명 알고리즘 지금, 당신의 운명을 확인하세요 [운세 확인하기]](https://imgmo.seoul.co.kr/img/n24/banner/ban_ai_fortune_v2.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