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말도 ‘사랑한다’”…산불 순직 헬기 조종사, 눈물 속 발인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이보희 기자
수정 2025-03-29 14:03
입력 2025-03-29 13:31

의성 산불 현장서 순직…박현우 기장 발인식 엄수
다정했던 남편·성실했던 동료…눈물로 떠나보내

이미지 확대
29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뉴고려 장례식장에서 경북 의성 산불 진화 중 헬기 추락으로 희생된 박현우(73) 기장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2025.3.29. 연합뉴스
29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뉴고려 장례식장에서 경북 의성 산불 진화 중 헬기 추락으로 희생된 박현우(73) 기장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2025.3.29. 연합뉴스


“여보,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

경북 의성에서 산불을 진화하다가 헬기 추락으로 희생된 박현우(73) 기장이 영면에 들었다.29일 경기도 김포시 뉴고려 장례식장에서 산불 진화 중 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박 기장의 발인이 엄수됐다.

박 기장의 유족과 지인 20여명은 빈소에서 환송 예배를 드렸다. 박 기장의 시신이 담긴 관이 안치실에서 나와 운구차에 실리는 모습을 보며 유족들은 흐느껴 울었다.

영정 사진을 든 박 기장의 아들은 아버지를 향한 묵념을 하다가 결국 고개를 들지 못하고 오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 장광자(71)씨는 “그동안 가족을 위해 궂은일 하느라 수고 많았고 사랑한다”며 “가족들과 늘 추억하고 감사하며 살 테니 천국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박현우 기장이 아내 생일에 보낸 문자. 연합뉴스
박현우 기장이 아내 생일에 보낸 문자. 연합뉴스


전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아내 장씨는 남편 박 기장과 결혼한 지 45년이 넘었으나 매일 사랑한다고 얘기할 정도로 애틋했다.

박 기장은 사고 전날인 지난 25일 오후 9시쯤 아내에게 평소처럼 안부를 묻고 ‘사랑해요. 여보’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이는 고인과의 마지막 통화가 됐다.

고인의 30년지기인 신상범(73)씨는 “성실의 아이콘과 같던 고인은 연기가 가득한 산불 현장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헬기에 올랐다”며 “부디 편히 쉬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박 기장의 손자는 편지를 통해 “제 할아버지여서 고맙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너무 슬프지만, 천국에서 저를 항상 지켜봐 주세요. 할아버지 사랑해요”라는 전했다.

조일래(78) 목사는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산불과 같은 국가적 재난으로부터 좀 더 안전하고 희망찬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미지 확대
28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뉴고려병원 장례식장에 박현우 기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은 박 기장의 손주인 최루빈(11)군이 할아버지에게 직접 쓴 편지. 2025.3.28. 연합뉴스
28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뉴고려병원 장례식장에 박현우 기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은 박 기장의 손주인 최루빈(11)군이 할아버지에게 직접 쓴 편지. 2025.3.28. 연합뉴스


운구차는 장례식장에서 나와 화장장을 위해 인천시립승화원으로 향한다. 고인은 공무 수행 중 사망한 순직자로 인정돼 경기 이천 국립호국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경북 의성군청소년문화의집 다목적 강당에 마련된 박 기장의 합동 분향소는 이날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박 기장은 지난 26일 낮 12시 51분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공중 진화 작업 중 헬기가 추락하면서 숨졌다.

1995년 생산된 헬기는 산불 현장에서 전신주에 걸려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리고 헬기 블랙박스 수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보희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121년 역사의 서울신문 회원이 되시겠어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