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밖 세상에 무지… 제 불찰”
수정 2015-03-28 03:58
입력 2015-03-28 00:30
도핑 파문 박태환 “약물에 의존한 적 없다” 눈물의 기자회견… “올림픽 출전은 정해진 것 없어”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습니다. 매일매일이 지옥이었습니다. 올림픽 출전 등 미래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그는 이날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족한 제게 늘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먼저 용서를 구했다. 그가 도핑 파문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지난 몇 개월은 매일매일이 지옥이었다. 처음에는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컸던 게 사실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하고 후회하고 반성했다”면서 “수영 하나만 알고 해 왔던 내가 수영을 할 수 없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올림픽 출전의 길은 열렸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 2004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약물에 의존하거나 훈련 이외의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 뒤 “지난 10년간의 모든 영광이 물거품이 되고 모든 노력이 ‘약쟁이’로…”라는 대목에서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올림피언으로서 약물을 처방받는 과정에서 좀 더 체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면서 “수영장 밖의 세상에 무지했다. 과정이 어찌 됐든 나의 불찰”이라고 반성했다.
그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과 관련해 “올림픽 메달이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게 목표”라면서 “향후 일정은 수영연맹과 논의해 결정하고, 봉사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또 “일단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떠한 힘든 훈련도 잘 견디고 하겠지만 지금 출전에 대해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남성호르몬 주사제를 맞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수영을 오래해 피부 트러블이 생겨 병원을 소개받았다. 호르몬 주사제였다는 것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 결과를 통보받은 후에 알게 됐다”면서 “호르몬 수치가 낮아서 주사를 맞았다는 이야기도 도핑 양성 결과가 나온 뒤 병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알게 됐다”는 기존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치료 기록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그의 변호를 맡은 우상윤 변호사가 “해당 병원장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니 지켜보는 게 맞다”고 대신 답했다.
FINA 징계가 내년 3월 2일 끝남에 따라 내년 8월 열리는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지만 도핑 징계를 받은 선수는 징계가 끝난 뒤 3년 동안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의 규정으로 인해 출전은 불투명한 상태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5-03-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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