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경찰청 해체… “年120조원 예산도 깎아라” 시위 거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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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수정 2020-06-09 03:41
입력 2020-06-08 21:08

플로이드 숨진 미니애폴리스 시의회 “경찰 전원 해임…새 치안 모델 만들 것”

민주당 ‘가혹 행위 금지’ 개혁안 마련
시위대 “경찰 예산 줄여 교육 예산 확대”
트럼프 “좌파가 경찰 예산 끊으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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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거리 “경찰 예산 삭감하라”
워싱턴 거리 “경찰 예산 삭감하라”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13일째 이어진 7일(현지시간) 시위대가 모인 워싱턴DC의 도로에 ‘경찰 예산 삭감하라’(Defund the police)는 문구가 쓰여 있다. 최근 미국 사회에서는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인종 차별과 함께 경찰 예산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데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13일째 이어진 가운데 미 사회에서 ‘이참에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용의자가 조금만 저항하거나 반항해도 경찰이 목을 조르거나 총을 쏘는 지금의 대응방식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플로이드가 숨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아예 시 경찰청을 해체하기로 했고 민주당도 ‘목 조르기’ 금지 등을 골자로 한 경찰 개혁안 논의에 착수했다. 시위에서는 ‘경찰 예산 삭감하라’(Defund the police)는 구호가 새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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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향한 총격
시위대 향한 총격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시위 현장에서 7일(현지시간) 시위대를 향해 돌진한 의문의 차량에서 한 남성(차량 뒷문)이 나와 총기로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한 흑인이 팔에 총탄을 맞아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총격을 가한 남성은 시위대를 빠져나가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 장면은 이날 평화시위를 촬영하던 시민들에 의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생중계됐다.
시애틀 로이터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니애폴리스 시의회의 리사 벤더 의장은 “기존 경찰을 전격 해체하고 지역사회와 논의해 새로운 치안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현 경찰을 모두 보직해임한 뒤 새로 만든 조직에 다시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방송은 “시의회에서 가결에 필요한 의결정족수(13명 가운데 9명)가 이미 채워졌다”면서 “시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법안이 통과되면 시장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벤더 의장 등 시의원 9명은 성명을 내고 “지난 10년간 부단히 노력했지만 경찰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이제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경찰 해체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날 민주당은 직권을 남용한 경찰에 대한 기소 기준을 낮추고 가혹행위를 금지하는 등 개혁안을 내놨다.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이 추진하는 ‘2020 정의로운 경찰활동법’ 초안에 따르면 현재 미국 경찰은 업무 중 인권을 고의로 침해할 때만 기소되지만 앞으로는 의도치 않게 인권을 무시하거나 묵살해도 처벌이 가능해진다. 무력사용 기준도 높여 ‘죽음이나 심각한 신체적 부상을 피하기 위한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고 용의자 체포 시 목의 경동맥을 압박하는 행동도 일절 금지된다.

방만한 경찰 예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시위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에 이어 ‘경찰 예산 삭감하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나치게 많은 경찰 유지 비용 일부를 주택과 교육 분야로 돌려 달라는 요구다. 미국 경찰의 한 해 예산은 1000억 달러(약 120조원) 정도로 웬만한 나라의 전체 예산에 맞먹는다. 뉴욕 경찰만 해도 1년에 60억 달러를 쓴다. 실제로 워싱턴DC와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등에서는 경찰 규모를 축소하는 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졸린’ 조 바이든과 극단적 좌파 민주당 인사들이 경찰 예산 지원을 끊어버리려고 한다”면서 “나는 충분한 재원을 지원받는 법 집행을 원한다. 법과 질서도 원한다”고 반박했다. 경찰 개혁 요구를 극좌파의 ‘경찰 폐지’ 운동으로 규정해 이념 대결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20-06-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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