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스마트폰 쓰며 쓰레기통 뒤져… ‘부유한 넝마주이’ 된 실직자

박상숙 기자
수정 2015-07-02 02:49
입력 2015-07-02 00:10
새 하층민 늘어난 아테네 거리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선 말쑥한 차림새로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주민들의 사랑방 구실을 했던 커피숍이나 유명 식당의 직원들은 텅빈 테이블을 뒤로 하고 손님을 찾아 거리로 나오기도 한다. 시내 곳곳의 은행은 하루 인출 금액 60유로(약 7만 5000원)보다 더 찾을 수 있을까 싶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자본통제가 시행된 이후 일부 은행은 직원들의 출근도 막았다. 은행 내부에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 문밖 고객들을 자극할까 우려해서다.
아테네 AP 연합뉴스
경제위기가 평범한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폴로노스는 “내가 이 지경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리스 상황이 이러니 내 건설기술을 요구하는 곳이 없다”며 “많은 친구가 나처럼 살고 있고, 심지어 마약에 빠져 더 형편없이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리선, 알루미늄 캔 등을 주워 팔아 하루에 10유로(약 1만 2500원) 정도를 번다.
경제적 추락에도 좋은 옷, 매달 요금이 나가는 스마트폰 등 예전 생활습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폴로노스와 같은 사람들은 가족, 지인들의 눈을 피해 다른 동네 또는 어두운 밤에 쓰레기를 뒤진다. 텔레그래프는 이들의 정확한 수를 집계하기 어렵지만 2011년 이후 2~3배 늘었다고 전했다.
현금인출 제한에 따라 불안해진 사람들은 외식, 쇼핑 등 씀씀이를 줄여 자영업자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유명 관광지 아크로폴리스 인근 호텔들은 외국인 관광객의 예약 취소 속출로 울상이다. 그리스 정부는 자본통제 조치가 외국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부정적 소식이 퍼지면서 그리스행을 포기하게 만들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2015-07-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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