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10대인 아들, 8살쯤 돼 보이는 딸은 이미 숨졌고, 그나마 숨을 헐떡이고 있던 아버지를 발견한 병사들이 “의무병! 의무병!”을 외치며 살려보려 애썼지만 그는 의식을 찾지 못했고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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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포격에 피난민 일가족 사망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의 소도시 이르핀의 도로에서 러시아군이 쏜 박격포 포탄이 도로에 떨어져 터진 뒤 군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피해 주민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 이 포격으로 피난을 가던 일가족 4명이 숨졌다. 2022.3.7 인스타그램 캡처
이들 가족이 데리고 있던 반려견이 운반용 케이지 안에서 처량하게 짖어대고 있었다.
영상과 사진을 공개한 인스타그램 계정(@donbas.frontliner)는 러시아군을 향해 “그들은 군대가 아니라 살인자다. 러시아 군대는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민간인들을 의도적으로 겨냥하고 이다”고 비난함녀서 “이는 생생히 기록되고 있는 사실이다. 내 눈 앞에서 여성과 소년, 10대 소녀가 숨졌다. 남자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아마 이들은 일가족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어린이들과 시민들이 죽었다. 러시아 군대가 민간인 차량들을 겨냥해 발포하면서 시민들이 다치고 죽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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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포격에 피난민 일가족 사망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의 소도시 이르핀의 도로에서 러시아군이 쏜 박격포 포탄이 도로에 떨어져 피난을 가던 일가족 4명이 숨졌다. 2022.3.7 인스타그램 캡처
우크라이나 북쪽 국경을 통해 진입한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를 향해 남하하면서 이르핀과 호스토멜, 부차 등 키이우 서북쪽 소도시 주민들이 키이우를 향한 피난길에 오른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다리를 폭파한 상태에서도 주민들은 직접 걸어서 다리를 건널 수 있었지만 다리에 접근하기 위해 지나야 하는 도로는 러시아군의 포격에 노출된 상황이었다.
해당 일가족도 다른 피난민들과 함께 도로를 달리던 와중에 러시아군이 쏜 포탄이 이들을 겨냥하기라도 한 듯 날아와 터진 것이었다.
이들 가족의 비극과 이르핀을 비롯한 키이우 북쪽 외곽지역 주민들의 목숨을 건 피난길은 현지 취재진과 주민들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매체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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