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키는 3개의 중력…뉴턴도 두손 두발 든, 난제 중의 난제 ‘삼체문제’
유용하 기자
수정 2024-04-04 01:35
입력 2024-04-04 01:35
넷플릭스 SF시리즈 ‘삼체’ 인기에 천체물리학 관심
뉴턴 중력이론은 2개 천체 기준
1개 더 추가 땐 궤도 예측 어려워
“신이 굽어살펴” 비과학적 해석도
3부로 구성된 원작의 1부 제목은 ‘삼체문제’(Three-Body Problem)다. 삼체문제는 아이작 뉴턴의 중력 방정식이 나올 때부터 거론됐던 주제로 천체물리학에서 난제로 유명하지만 이번 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뉴턴이 1687년 발표한 ‘자연 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에서 처음 소개한 ‘만유인력의 법칙’을 보면 “모든 질점(質點)은 두 점을 가로지르는 선을 따라 존재하는 다른 모든 질점을 힘으로 끌어당긴다. 이 힘은 두 상호작용하는 질점 사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며, 두 질점 사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설명한다. 천체의 지름은 그들 거리와 비교한다면 무척 작다. 많은 계산에서 천체들은 질량을 가진 점 형태로 표시되기 때문에 ‘질점’이라고 부른다. 어쨌든 중력 법칙으로 행성 가속도, 행성 궤도의 형태, 행성의 진로, 혜성의 운동, 빛의 굴절 등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제3의 질점이 개입되면 엄청나게 복잡해진다. 바로 ‘삼체문제’다. 삼체문제의 핵심은 세 질점이 중력 아래에서 어떤 운동을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태양계는 태양과 행성, 행성 주변을 도는 여러 개의 위성, 소행성으로 이뤄진 다체 시스템이다. 수학적으로 두 천체 이외 제3의 천체를 고려하면 다른 천체에 의한 중력이 작용해 행성은 타원궤도로 돌기가 어렵게 된다. 그래서 뉴턴 이후 18세기 과학자들은 추가적 힘 때문에 지구가 태양으로 끌려가거나 태양계 밖으로 밀려날 것을 걱정했다. 뉴턴이 삼체 이상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대신 “전능한 신이 태양계를 굽어살피고 있다”는 비과학적 해석을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18세기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시몽 드 라플라스는 ‘천체 역학론’이라는 책에서 태양계 중력 방정식을 발표했다. 그는 섭동이론이라는 것을 이용해 일단 중력을 일으키는 원인이 하나라는 가정하에 1차 해를 구하고 작은 중력을 일으키는 행성을 더해 2차, 3차 해를 구해 원래 해를 수정하는 식으로 삼체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이 해법은 오차도 엄청나게 커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삼체문제가 난제이기는 하지만 풀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세 번째 물체가 다른 두 물체와 비교해 매우 작다고 가정한 뒤 근사법을 이용해 방정식에서 아예 없는 것처럼 취급하면 세 물체의 운동을 거의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풀 수 있는 삼체문제는 태양과 목성, 목성의 위성이나 소행성으로 이뤄진 3행성계 운동이 대표적 사례다.
또 삼체문제에 여러 제한 조건을 더해 풀어내는 특수해도 있다. 질량이 같은 3개의 물체가 8자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고 할 때 8자 궤도의 교차점에서 중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해법은 수학적으로만 가능할 뿐 실제 현실 우주에서는 아직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라그랑주 오일러 방정식’, ‘브룩 헤농 방정식’도 대표적인 삼체문제 특수해법이다.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삼체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실증적 측면이 아니더라도 자연현상의 수학적 이해와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수학적 배경을 공유할 수 있는 흥미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2024-04-04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