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요약
- 대법원장, 대법관 재제청 요청 거부
- 헌법상 명시 규정 부재, 절차 논란
- 공석 장기화 우려, 재판 운영은 유지
이지훈 기자
헌법에 재제청 요청 명시적 규정 없어
조 “문서로써 써야”…형식·절차 지적
내년 6월 퇴임까지 대법관 공석 이어질듯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청와대로 공을 다시 넘겼다. 대법관 인사를 두고 대법원장과 대통령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조 대법원장이 퇴임하는 내년 6월까지 대법관 공석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청을 거부한 22일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멕시코 순방에 나선 다음날이자, 김성수 대법관 취임으로 대법원이 ‘12인 체제’를 갖춘 이튿날이다. 이 대통령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반려한 지난달 28일 이후,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조 대법원장은 예상을 깨고 초강수를 뒀다. 후임자 인선 방안도 밝히지 않았다.
핵심 쟁점은 대통령이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제청하라고 요청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제청 요청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헌법에 대통령의 대법관 거부권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조 대법원장이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김 대법관도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헌법과 법원조직법에는 대통령이 대법원장에게 다시 제청해 줄 것을 요구하는 절차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이 ‘문서로써 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또 다른 헌법 쟁점이다. 헌법 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고,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하도록 규정한다.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헌법상 권한 행사에 해당한다면, 그 형식과 절차를 갖춰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당초 대통령실이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손 부장판사가 왜 부적합한지, 절차적으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대법원장이 대통령실의 요구에 그대로 따르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이 서면 제청한 손 부장판사에 대해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고, 조 대법원장도 새로운 후보자를 제청하지 않을 경우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대치는 장기화할 수 있다.
다만 대법관 1인 공석이 당장 대법원 재판 운영에 차질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전날 재판부를 조정해 1·2부는 4명으로 구성이 완료됐고, 3부만 1명이 공석인 상태가 됐다. 전원합의체도 정상 가동이 가능하다. 한 부장판사는 “앞으로 1년간 대법관 한 자리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김희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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