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7차 노동당 대회] 리수용의 ‘자아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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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기자
수정 2016-05-10 00:22
입력 2016-05-09 23:30

“국제 정치 주도… 전세계 주체·선군연구소 200여곳” 주장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가 폐막한 가운데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 직후 토론에서 리수용 외무상이 내놓은 북한의 대외관계에 대한 전반적 평가 부분이다. 리 외무상은 2년여 동안 북한의 대외정책을 전담해 현재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처한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북한 대외관계에 대해 그가 내놓은 진단은 현실과 거리가 먼 ‘자아도취’에 가깝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9일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토론에서 1980년 6차 당대회 이후 북한의 대외관계에 대해 “국제정치를 주도해 나가는 나라, 대국들도 무시하지 못하는 권위 있는 나라로 그 지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북한이 초강대국인 미국에 직접 맞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적대 세력들의 방해 책동에도 불구하고 공화국은 서유럽을 비롯해 66개 나라와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세계 50여개 나라에 200여개 주체사상, 선군사상연구소조들이 조직되고 수많은 친선 및 연대성단체들이 결성됐다”고 주장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북한이 수교를 맺고 있는 나라는 160개국으로 남한 190개국에 훨씬 못 미친다. 상주 공관을 두고 있는 나라는 고작 54곳뿐이다.

북한은 최근 동남아나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외교 관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지만 그마저도 올 초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 대북 제재 분위기가 강화되면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북한과 공관 설치, 인력 교류 등을 논의하던 국가들은 상당수 이를 철회했고 미얀마에서는 대사가 제재 대상에 오르면서 교체되기도 했다.

리 외무상이 자랑한 주체사상연구소조 등도 쇠퇴 일로에 있다. 북한은 주체사상 확산을 위해 1960년대부터 해외 연구기관을 지원했지만 최근 경제난으로 지원이 대폭 줄어들었다. 특히 주체사상의 ‘설계자’인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망명한 뒤로는 관련 연구가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렇다 할 사절단 없이 당대회를 집안 잔치로 치른다는 게 북한 대외관계의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6-05-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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