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년 만에… 오늘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특별전에서 선봬
‘흑칠나전이층농’ 등 최고품 5점
니콜라이 2세 대관식 외교선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내 무기고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과 무기고, 마지막 황제 대관식 선물의 역사’ 특별전 개막식에서 ‘흑칠나전이층농’, 장승업의 ‘고사인물도’ 2점, ‘백동향로’ 2점이 공개된다고 8일 전했다. 유물들은 당시 러시아공사관(아관)에 머물던 고종이 대관식에 민영환을 전권공사로 파견해 전달한 선물 17점 중 일부다. 민영환과 함께 대관식에 참석했던 윤치호의 일기를 통해 목록 일부가 언급되긴 했으나 실물이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외교 선물인 만큼 당대 최고의 상품이 선정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복원 예산을 지원한 ‘흑칠나전이층농’의 자문을 맡은 김삼대자 전 문화재위원은 “전형적인 ‘통영농’의 형태로 최상품의 나전을 주문한 것 같다”면서 “먼 경치를 표현한 구성도 기가 막힌다. 이렇게 좋게 만든 것은 처음 봤다”고 평했다. 특히 ‘흑칠나전이층농’은 나전칠기 장인 전성규에 의해 1920년 이후 유행했다고 알려진 세밀한 끊음질(자개를 칼끝으로 끊어 채우는 방법)이 이전에도 발전했음을 보여 주는 사료로서의 가치도 높다. 조선 후기 화가 장승업의 그림 또한 외교 선물로는 최고였다. 이번에 공개된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는 중국 노장 철학의 창시자인 노자가 주(周)나라가 쇠퇴한 것을 보고 은거했다는 고사를 담았다. ‘취태백도’(醉太白圖)는 ‘이태백’으로 잘 알려진 시인 이백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크기만 174㎝가 넘는 데다 장승업이 자신의 서명 앞에 ‘조선’이라고 쓴 것은 처음 확인되는 사례다.
류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