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풍선 함대’ 쇼크… 수년 전부터 전세계 떠다녔다

이경주 기자
이경주, 류지영, 김진아 기자
업데이트 2023-02-08 06:03
입력 2023-02-08 00:07

美, 정찰풍선 격추 후폭풍

바이든 “미중 관계 후퇴 아니다”
中 “진정해야” 상황 관리 나서
남미 상공에서도 中 풍선 발견
日 “2020·2021년 등 유사비행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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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미국이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자국 영토에 진입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5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 민간 무인 비행선을 공격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2023.2.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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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자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정찰풍선’를 격추한 뒤 긴장이 고조되던 가운데 미중 양국이 충돌을 막는 쪽으로 관리에 나섰다. 다만 중국이 미국과 같은 시기에 남미 상공에서 적발된 풍선도 자국에서 갔음을 인정하며 세계 곳곳에서 실태 파악에 비상이 걸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중 관계가 약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에 우리가 하려는 것을 분명히 했고, 그들은 우리 입장을 이해했다. 관계는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적절한 때가 되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과 미래 방문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미중 관계의 긴장이 어떤 충돌로 비화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되 충돌을 막는 가드레일을 두겠다’던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선을 마주한 가운데 미중 충돌까지 겹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정찰풍선 격추 직후 강하게 항의했던 중국 정부도 워싱턴에 ‘침착한 대응’을 촉구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기자들에게 “민간 기업의 기상관측 장비가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항로를 이탈했다”며 “미 정부는 이번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진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풍선 격추 직후 “미국의 군사행동은 과잉 대응”이라며 맹렬하게 비난하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사태 수습에 집중하고자 ‘출구 전략’을 찾아가려는 모양새다.

미중 간에는 20여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2001년 4월 미 해군 EP3 정찰기가 중국 하이난섬 인근 공해상에 진입했다가 중국 전투기와 충돌했다. 중국 조종사 1명이 사망했고 미 정찰기는 하이난 내 중국 기지에 억류됐다. 미국은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3개월 뒤 정찰기를 돌려받고 사태를 마무리했다. 다만 커비 조정관은 정찰풍선 잔해와 관련해 “내가 아는 한 반환할 의도나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미국이 세계 곳곳에 출몰해 온 ‘중국 풍선 함대’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각국도 실태 파악에 나섰다. 앞서 콜롬비아와 코스타리카 당국이 추적 중이던 정찰풍선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이날 자국 소유를 인정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대만 정부도 2021년 9월과 지난해 3월에 중국의 정찰풍선이 출현한 것을 확인했다.

일본 정부는 “2020년과 2021년 중국 정찰풍선과 유사한 비행체가 출현했던 정보를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 이날 “중국 첩보 활동과 정찰풍선 보고를 엄중히 받아들이며, 주요 협력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 정찰풍선을 미 영공 진입 7일 만에 격추해 불거진 바이든 대통령의 늑장 대응 논란이 바이든 행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간 공방으로 번졌다. 바이든 측이 지난 정권에서도 정찰풍선이 3차례 침입했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허위 정보”라고 비판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중국의 정찰풍선을 실제 적발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이경주·베이징 류지영·도쿄 김진아 특파원
2023-02-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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