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출 과정 굉장히 형제적… 영화 ‘콘클라베’는 엉터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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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수정 2025-05-12 06:11
입력 2025-05-12 00:56

유흥식 추기경이 전한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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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식 추기경이 지난 9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 성직자부 청사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콘클라베 당시 지급된 펜과 문서 바인더 등을 소개하고 있다. 바티칸 연합뉴스
유흥식 추기경이 지난 9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 성직자부 청사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콘클라베 당시 지급된 펜과 문서 바인더 등을 소개하고 있다.
바티칸 연합뉴스


한국인 성직자로는 유일하게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참석한 유흥식 추기경(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이 정치적 암투와 야합이 벌어지는 동명의 영화 ‘콘클라베’와 달리 “실제 교황 선출 과정은 굉장히 형제적이고 친교적이고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한국인 추기경으로는 1978년 10월 이후 약 47년 만에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그는 “아직 영화 ‘콘클라베’를 보지 못했는데 다른 추기경들이 엉터리라고 보지 말라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된 뒤 다음날인 지난 9일(현지시각) 바티칸 성직자부 청사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난 유 추기경은 7~8일 열린 콘클라베에 대한 소감을 이같이 전했다. 8일 레오 14세 교황이 성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서 축복을 내릴 때 다른 추기경들과 신도들을 향해 연신 미소를 짓던 그의 모습도 화제가 됐다. 그는 “휴대전화가 있었으면 그 장면을 찍고 싶을 정도로 잔치, 축제 분위기였다”며 “광장에 엄청난 인파가 모여 있었으며 태극기도 보였고 함성이 대단했다. 그 모습을 보니 신나지 않았겠느냐”고 당시를 회상했다.

추기경 선거인단의 80%는 최근 12년 새 프란치스코 교황이 뽑았고, 20명은 지난해 말 추기경이 돼 상당수가 서로 일면식도 없어 이번 콘클라베가 ‘깜깜이 투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유 추기경은 사전에 추기경 전원의 프로필이 담긴 명부가 배포됐고 다른 추기경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했다고 반박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12차례의 총회에서 추기경들은 자유롭게 각자 버튼을 눌러 발언권을 얻었고 발언하면 화면에 이름과 국적, 약력이 나오고 6개 국어 통역도 이뤄졌다.



그는 또 “첫 투표에서 몇 분이 두드러지게 표를 얻었고 두 번째, 세 번째에선 더 좁혀졌다”며 “네 번째 투표에서는 (레오 14세 쪽으로) 표가 확 쏠렸다”고 전했다. 이어 “(교황 선출에 필요한) 89표를 넘긴 것이 확인되자마자 모두가 일어나 박수 치고 야단이 났다”며 “영화 콘클라베에서처럼 외부에서 흔히 상상하는 정치나 야합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영권 기자
2025-05-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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