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백설공주’, 할리우드 시사회 끝낸 뒤 반응은…

윤규랑 기자
윤규랑 기자
수정 2025-03-16 17:15
입력 2025-03-1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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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설공주’ 스틸컷
영화 ‘백설공주’ 스틸컷


예고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논란을 부른 디즈니 실사 영화 ‘백설공주’(감독 마크 웹)가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도 ‘조용하게’ 프리미어 행사를 마쳤다. 보통 월드 프리미어 레드카펫에선 수많은 기자와 방송 리포터 등이 줄 서 출연진을 인터뷰해왔지만 이번 ‘백설공주’ 시사회에는 디즈니 측이 섭외한 리포터들과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위축된 분위기를 보였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가디언 등은 엘캐피탄 극장에서 열린 ‘백설공주’ 할리우드 시사회를 조명하면서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고 보도했다.

‘백설공주’는 지난 12일 스페인 세고비아에서 열린 유럽 프리미어 시사회도 축소했고, 앞서 영국 런던에서 예정된 프리미어 시사회와 레드카펫 행사는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시사회를 두고 벌처(Vulture)는 “디즈니가 영화로부터 도망치는 듯한 모습”이라고 비평하면서 영화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홍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디즈니가 영화 시사회에 언론사 대부분을 초대하지 않은 것을 두고 “주연 배우들이 즉흥적인 질문을 받을 가능성을 최소화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이는 과거 배우들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점을 의식한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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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레이첼 지글러(왼쪽)와 갤 가돗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오스카 시상식에서 최우수 시각효과상 시상자로 나왔다. AP 연합뉴스
지난 2일 레이첼 지글러(왼쪽)와 갤 가돗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오스카 시상식에서 최우수 시각효과상 시상자로 나왔다. AP 연합뉴스


‘실사화’ 성공하던 디즈니의 다양성 논란영화를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은 2021년 캐스팅 발표 때부터 불거졌다. 그림 형제의 이야기 속 백설공주는 독일 출신에 ‘검은 머리에 눈처럼 하얀 피부’로 묘사돼 있다. 1937년 제작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도 이런 캐릭터의 성격을 충실히 따르지만 이번 실사 영화에선 구릿빛 피부를 지닌 콜롬비아·폴란드 혈통의 라틴계 배우인 제글러가 맡게 되면서 원작 훼손 논란이 일었다.

보수 논평가들은 이를 ‘워크’(woke·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해 깨어 있는 태도) 문화라고 비난했고, 일부 디즈니 팬들은 지글러가 어두운 피부색을 가졌다는 점에서 ‘흑설공주’라며 조롱했다.

디즈니는 2010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부터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로 재창조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해 ‘신데렐라’(2015), ‘정글북’(2016), ‘미녀와 야수’(2017)까지 꽤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2020년 개봉한 ‘뮬란’은 정치·문화적 논란에 휩싸였다. 홍콩에서 중국 보안 통제를 반대하는 민주화운동 시위가 심화하는 와중에 ‘뮬란’의 주연 배우가 중국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던 게 반발을 샀다. 또 당시 중국 우한을 발원으로 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어 반중 정서가 격해지는 상황이었다.

2023년에는 ‘인어공주’ 실사판에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주인공 아리엘에 캐스팅 되면서 인종차별적 반발을 맞닥뜨렸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덴마크 출신이라는 게 보편적인 인식이었고, 1989년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도 붉은 머리 백인 캐릭터로 묘사됐다. 실사판에 다양성을 녹여낸 파격적인 캐스팅을 했으나 ‘싱크로율’ 논란과 인종차별 문제를 동시에 불렀다.

파격적인 선택인가 원작의 훼손인가‘백설공주’의 문제는 라틴계 공주만이 아니다. 다양성를 옹호하던 디즈니가 왜소증 배우들을 출연시키고는 컴퓨터그래픽(CG)으로 덮어버려 할리우드에서 일감이 한정된 왜소증 배우들의 기회를 빼앗았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왜소증을 앓고 있지만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한 할리우드 스타 피터 딘클리지는 2022년 한 팟케스트에 출연해 “백설공주는 다양하게 캐스팅하면서 왜 난쟁이 캐릭터는 여전한가”라며 “디즈니는 진보하고 있지만 7명의 난쟁이는 동굴에 함께 살고 있다는 퇴보적인 이야기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시사회 후 또다른 왜소증 배우 마틴 클레바는 뉴욕포스트에 “왜소증 배우 중 탁월한 연기를 할 만한 사람은 딘클리지나 워윅 데이비스 정도”라면서 “왜소증 배우 7명을 한꺼번에 캐스팅하는 게 어려웠을 수 있다”고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난쟁이들의 비주얼이 장면과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실사 영화 속에서 이질적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글러 발언도 문제가 됐다. 그는 2021년 캐스팅 발표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이 역할을 위해 피부를 표백하지 않겠다”는 게시글을 올렸다가 삭제했고, 2022년 인터뷰에서는 원작을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평가하며 왕자를 “백설공주를 스토킹하는 이상한 남자”라고 표현해 원작 팬들의 반발을 샀다.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지난해 12월 공개된 첫 예고편은 100만 개가 넘는 ‘싫어요’를 받았다. 네티즌들은 “왕자가 백설공주 대신 계모를 찾는다”, “디즈니는 동심 파괴를 그만하라”, “왜 왕자는 그대로 백인인가”,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궁금하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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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레이첼 지글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 도착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 2일 레이첼 지글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 도착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지글러는 최근 보그 멕시코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오히려) 영광”이라며 “많은 이들이 원작을 사랑하는 만큼, 우리는 항상 같은 의견을 가질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데이 쇼와 폭스 뉴스는 논란이 된 지글러 발언들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영화 속 ‘워크’ 메시지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했다.

‘백설공주’는 코로나19 팬데믹과 2023년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의 파업 등으로 촬영 및 개봉이 연기되며 2억 6940만 달러(약 3750억원)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백설공주’는 한국은 19일, 미국에서는 21일 개봉한다.

윤규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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