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인질범 정체…테러조직인가,’외로운 늑대’인가
수정 2014-12-16 02:38
입력 2014-12-16 00:00
이슬람 성전 상징 ‘검은 깃발’ 사용…이슬람국가(IS) 공식 깃발과 차이
일단 현지 언론은 익명의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사건의 범인이 성폭력 등의 혐의를 받는 난민 출신의 이란인 만 하론 모니스(49)라고 보도했다.
이슬람 사회·조직의 지도자인 ‘셰이크’를 자칭하는 모니스는 시드니 남서부에 거주하는 소수파 이슬람주의자로 알려졌으며 해외에서 전사한 호주 군인의 가족들에게 ‘증오 편지’를 보냈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의 생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테러 조직과의 연계 여부나 구체적 범행 동기를 파악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건 발생 초기 외신들은 범인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인 ‘이슬람 국가’(IS)와 연계된 세력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이 이라크·시리아에서 IS를 상대로 진행 중인 공습에 호주가 동참하고 있는데다가, 사건 발생 초기 범인들이 인질들을 시켜 유리창에 내건 깃발이 IS가 사용하는 것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깃발이 IS의 공식 깃발이 아닌 이슬람 성전주의자(지하디스트)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검은 표준 깃발’로 밝혀지면서 범인의 정체가 다시 미궁에 빠졌다.
인질들이 든 깃발에는 검은색 바탕에 흰색 아랍어 문자로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 무함마드는 신의 사도이다’라는 의미의 이슬람교 신앙 고백문(샤하다)이 적혀 있다.
이 깃발의 근원은 초기 이슬람 시대인 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1990년대 이후에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나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 시리아의 알누스라전선 여러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이 변용해서 사용해왔다.
국제 이슬람주의 정파인 히즈부트 타흐리르도 이 깃발을 사용하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거나 이슬람 수니파의 단결을 상징하는 의미로도 널리 쓰인다.
IS의 공식 깃발은 검은 바탕에 흰 글씨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윗부분에 ‘알라 외의 신은 없다’까지만 적혀 있고 아랫부분에는 흰색 원 모양의 무함마드의 인장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인질극에 사용된 깃발과는 다르다.
레바논에 본부를 둔 히즈부트 타흐리르의 대변인 오스만 바카브흐도 연합뉴스 특파원과의 통화에서 “그 깃발은 우리 단체만 쓰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바카브흐 대변인은 “우리는 시드니 인질 사건에 전혀 관계가 없으며 그 범인도 우리 단체 소속이 절대 아니다”라며 “그 깃발에 쓰인 문구는 알라에 대한 충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모든 무슬림 단체가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검은 표준 깃발’이 워낙 여러 이슬람주의 단체에서 사용된데다 이번 인질극의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이 나타나지 않아 범인의 정체를 둘러싼 추측만 무성한 상황이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도 “정치적 원인이 범행 동기라는 암시는 있지만, 아직 불확실하다.”며 확답을 피했다.
일부에서는 테러단체 조직원이 아니라 IS 같은 이슬람 과격단체의 영향을 받은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시드니 라디오방송 ‘2GB’가 카페 내 인질을 취재한 결과 모니스는 호주가 IS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가 알기를 원한다고 밝혔다는 사실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호주 시드니의 로이국제정책연구소의 군사전문가 제임스 브라운은 이 날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가게 안에 있는 누군가가 자신들이 이슬람 세력과 연계돼 있다는 걸 과시하려는 듯하다”며 “다만 이번 사건이 테러 사건인지, 범인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호주 국립대 방문교수로 있는 군사정보 전문가 클라이브 윌리엄스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깃발이 IS의 공식 휘장은 아니지만, IS 지지자들도 사용한다”며 “기술적 수준은 낮지만 큰 충격을 주는 작전방식도 IS가 지지자들에게 흔히 권하는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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