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놓고 편히 죽을 수 있을까요”...발달장애 부모로 산다는 것
이하영 기자
수정 2018-04-20 11:49
입력 2018-04-19 22:42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24시간 농성하는 부모들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 우리 아이, 저 없으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차라리 같이 죽을까 생각까지 해요. 제가 세상을 떠날 때 아이를 생각하며 웃을 수 있을까요?”
홍씨의 이야기를 함께 듣던 다른 부모들은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다들 극단적인 선택을 두고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라고 입을 뗐다. 자녀를 돌보기 싫다거나 미워서가 아니다. 부모가 죽고 나면 자녀가 살 방도가 없어 차라리 같이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단다. 부모들은 “내가 죽을 때 아이의 생사를 걱정하지 않게끔 아이가 사회 구성원으로 살 수 있게 국가가 나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은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을 통칭하는 말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정상 성장하지 못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말한다. 영화 ‘말아톤’이나 ‘맨발의 기봉이’의 주인공이 바로 발달장애인이다. 이들이 성인이 돼 의무 교육이 끝나면 지능은 여전히 아이에 머물러 있더라도 갈 곳은 사라진다. 많은 성인 발달장애인들은 집에서 TV를 보며 하루를 보낸다.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자폐성 장애인의 82.9%(지적장애인 65.3%)는 부모의 돌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적장애인의 4.5%, 자폐성 장애인의 1.5%만이 홀로 일상 생활이 가능했다.
2014년 4월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자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은 크게 안도했다. 그러나 법률만 생겼을 뿐 갈 길이 멀다. 중증장애인 직업훈련 시설, 낮 활동 지원 제도 등이 추진돼야 하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관련 시설에서만 작은 규모의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국가 수준의 지원 종합 계획을 수립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최소한 ‘주간 활동 서비스’를 제도화해 사회 구성원으로 살 수 있는 기반을 닦아 달라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19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이런 내용이 담긴 호소문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글 사진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18-04-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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