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종철이 스러져 간 대공분실, 시민 품으로”

박기석 기자
수정 2018-01-15 03:20
입력 2018-01-14 23:08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식
연합뉴스
앞서 지난 13일에는 박 열사의 하숙집 골목이었던 관악구 대학5길 9 도로를 ‘박종철 거리’로 명명하는 선포식이 열렸다. 선포식에 참석한 박 열사의 누나 박은숙씨는 “종철이가 살던 길이나 한번 보려고 왔는데 그때와 다르게 너무 많이 변해 화려해졌다”며 “1987년에 이 길이 이런 모습이었다면 종철이가 새벽에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새벽 이곳 하숙집 골목에서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박종철기념사업회 회원들은 추모제가 열린 이날 옛 남영동 대공분실 앞에서 현재 경찰이 운영하는 옛 대공분실을 시민사회에 돌려줄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김학규 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독재 정권 시기에 인권을 유린한 대표적인 공간이 중앙정보부의 남산 건물, 기무사령부의 서빙고 분실, 치안본부(옛 경찰)의 남영동 분실이었는데 현재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은 남영동 분실뿐”이라면서 “이마저도 경찰이 2000년대 옛 대공분실을 리모델링하고 인권센터를 세우면서 당시 원형이 변형됐고, 경찰이 인권 경찰로 거듭났다고 과시하는 장소로 변질됐다”며 시민사회가 옛 대공분실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박종부씨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은 종철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민주인사, 학생, 조작 간첩이 고통받고 스러져 간 곳”이라며 “이들을 기념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교육할 수 있는 인권기념관으로 돌려놓아야 역사적 의미를 국민과 나눌 수 있고 민주인사의 영령을 위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청장이 경찰청장으로서 동생을 추모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대공분실을 시민사회의 품으로 돌려주는 게 진정성 있고 실현 가능한 사죄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8-01-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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