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된 사람들도 치료 못 받고 죽어가고 있다”

김민석 기자
수정 2015-04-27 03:15
입력 2015-04-26 23:46
네팔 현지인 전화 인터뷰
“우리 사촌들 다 죽었어요. 정말 예뻐하던 이모 아이들인데…. 구조해 줄 사람이 너무 부족해요. 텐트도 필요하고요.”
연합뉴스
“카트만두에서 그나마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학교 운동장이나 광장에서 텐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병원은 건물 자체가 무너질 수 있어 들어가지 못해요. 앞으로 언제까지 바깥에서 살아야 할지 암담한 상황입니다.”
그는 “현재 카트만두에서는 군대가 주민들이 건물 안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면서 “집 안에 꼭 가져와야 할 물건이 있으면 군인과 동행해 아주 잠깐 들어갔다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텐트가 사실상 유일한 주거 수단이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지원되는 건 거의 없고 누군가 상점 같은 데서 텐트를 구해 오면 4~5가구가 함께 들어가서 지내고 있어요.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자는 사람도 있는데 요즘 비가 잦은데 건강을 해칠까 봐 걱정이네요.”
라나는 “전기 공급이 원활치 않아 대피 정보를 알 수 없고, 어디가 어떻게 됐는지 소식을 들을 수 없어 너무 답답하다”면서 “그러다 보니 유언비어가 도는데 그런 말들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날 낮 12시 뉴스에서는 카트만두 구도심 지역 주택이 75%나 파손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라나는 “구도심에는 다닥다닥 붙여 짓는 네팔의 전통 가옥이 많아 한 집이 무너지면 한 동네가 거의 다 무너지는 식이어서 피해가 더 크다”고 했다. 오후 2시에는 “2000명이 숨졌고 아직 건물 안에 산 사람이 많은데 구조되지 못한 채 죽어 가고 있다”는 현지 뉴스를 들었다. “무너진 건물이 길을 막고 있어 구조된 사람들도 치료를 못 받고 죽어 가고 있어요.” 그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5-04-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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