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여군 레인저’ 탄생 눈앞…“GI 제인처럼 되고싶어요”
수정 2016-08-24 15:56
입력 2016-08-24 15:43
육군보병학교, 여군에 전문유격과정 문호 개방…2명 첫 입소
우리 군도 유사시 적지에서 첩보 수집, 파괴, 교란 등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여군 ‘레인저’(Ranger, 정찰대)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보병학교의 전문유격과정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유격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다. 사진은 여군 최초 보병학교 전문유격과정 수료를 앞둔 이세라 중사(왼쪽)와 진미은 중사.
육군 제공=연합뉴스
육군보병학교는 이달 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전문유격과정 4기 훈련을 진행 중이다. 훈련에는 여군인 2기갑여단 이세라(28) 중사와 3사관학교 진미은(29) 중사도 참가하고 있다.
이 중사와 진 중사가 전문유격과정을 무사히 통과하면 우리 군 최초의 여군 레인저가 된다. 진 중사의 경우 지난해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수류탄 투척, 사격, 500m 장애물 릴레이 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딴 ‘철녀’다.
2013년 개설된 전문유격과정에 여군이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육군보병학교는 여군뿐 아니라 해군, 공군, 해병대 간부들도 처음으로 전문유격과정에 받아들였다.
전문유격과정을 통과한 간부들은 ‘레인저 휘장’을 달고 평시에는 유격훈련 교관 임무를 하며 전시에는 말 그대로 적지에 투입돼 레인저의 임무를 수행한다.
4주 동안 진행되는 전문유격과정 훈련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첫째주에는 유격체조, 장애물 극복, 헬기 이탈 등을, 둘째주에는 생존술, 습격, 매복, 특수정찰 등을, 셋째주에는 적 지역 침투, 정찰, 회피, 탈출 등으로 유격 기술을 숙달한다. 넷째주에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극한 상황에서 무박 4일 동안 종합유격전술훈련을 통과해야 한다.
전문유격과정 4기 훈련에는 전군에서 147명이 지원했으나 110명이 탈락하고 37명만 입소했다. 이 가운데 1명이 중도하차하고 나머지 36명이 폭염 속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육군은 이날 오전 전문유격과정 훈련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훈련생들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맨손으로 오르고 50∼60m 높이의 수직 암벽에서 로프에만 의지한 채 땅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빠르게 하강했다. 40∼50m 높이에 설치된 와이어를 타고 시속 50㎞로 하천을 건너기도 했다.
UH-60 헬기에서 40㎏의 군장을 한 채 패스트로프로 지상으로 내려오는 훈련도 진행됐다. 훈련생들은 착지하자마자 깊이 4m, 폭 40m의 강물에 몸을 담그고 은밀하게 도하작전을 했다.
여군 최초의 전문유격과정 훈련생인 이세라 중사는 “유격 교관과 조교는 모두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꼭 유격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며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GI 제인’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육군보병학교는 2013년 전문유격과정 1기 55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59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전문유격과정에 입소한 인원이 모두 300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료율은 53%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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