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국회를 혁명투쟁 교두보 삼았다”
수정 2013-09-03 00:06
입력 2013-09-03 00:00
체포동의요구서 본회의 보고… 4일쯤 처리할 듯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가 2일 오후 정기국회 개회식 뒤 열린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회법 규정은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처리하도록 돼 있으며, 여야는 4일 이후 본회의를 개최해 처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요구서에 따르면 이 의원은 내란 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활동 찬양·동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 등이 “내란 음모를 꾸민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법적 다툼이 예상됨에 따라 다소 포괄적인 내란 선동 혐의를 추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제출한 요구서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교육수사회 강당에서 비밀리에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모임을 소집해 “국회를 혁명투쟁의 교두보로 삼고 동시다발 전쟁을 준비하자”며 조직원들을 선동했다. 이 의원은 조직원들에게 직장이나 활동 장소를 ‘제국주의 상대 전쟁의 최전방 초소’로 삼아 투쟁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진보당 당권을 장악해 정치적 합법 공간을 확보한 것을 ‘혁명의 진출’이라고 표현하는 한편 RO 조직원들의 국회의원 당선을 ‘교두보 확보’라고 언급했다.
국정원은 이 의원을 RO의 총책으로 지목했으며, 진보당의 비례대표 의원과 지역구 국회의원 등 2명의 현역의원도 RO 조직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원들의 보좌관과 비서 6명도 RO 조직원으로 지목됐다. 국정원은 “RO는 국회를 남한 사회주의 혁명 투쟁의 교두보로 인식하고, 진보당에 침투해 정치적 합법 공간을 확보한 뒤 이 의원을 비롯한 조직원을 국회에 입성시켜 헌법기구에서 혁명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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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의총새누리당 황우여(오른쪽)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2일 정기국회 개회식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
분주한 이석기 의원실 직원들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의원실에서 직원들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달할 친전(親展·직접 펴 보라고 전하는 편지)을 들고 나오고 있다.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
의원총회의 김한길 대표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일 정기국회 개회식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걸어나가고 있다.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
2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이 의원이 이날 열린 정기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3.9.2 이호정 -
이석기 의원과 통진당 의원들이 본회의 참석을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다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안주영jya@seoul.co.kr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일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체포동의안 처리 중단 촉구 단식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이 지난 5월 12일 RO 모임에 이틀 앞선 5월 10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 청소년수련원으로 조직원들을 소집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날 모임에서 이 의원은 “우린 준전시가 아니라 전쟁이다. 3월 5일자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정전협정을 무효화했다. 정전협정을 무효화한다는 것은 전쟁”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3월 초에 조직원들에게 ▲비상시국 연대 조직 마련 ▲광우병 사태 같은 대중동원 선전전 실시 ▲미군 레이더 기지, 전기시설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정보 수집 등 ‘전쟁 대비 3가지 지침’을 하달했다.
국정원은 조직원들이 이 의원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의 편지 57통을 압수했으며 “RO와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연계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진보당은 이 의원 체포동의 요구서가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것과 관련, “국회가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입법부로서 스스로의 자리를 내던져 버렸다”고 비난했다. 진보당은 또 본회의 개회에 동의한 민주당에 대해서도 “유감” 입장을 밝혔다. 이정희 대표는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2013-09-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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