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난민, 다른 것은 외모뿐…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서유미 기자
수정 2023-06-21 01:37
입력 2023-06-21 00:52
유엔난민기구 ‘청년 토크콘서트’
패널로 참석한 정우성 친선대사
“난민 단어, 문제집단화 인식 우려”
UNHCR 한국대표부 제공
이란 출신 난민인 김민혁(20)씨는 20일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가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커뮤니티하우스에서 연 ‘청년들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에서 “우리가 다른 것은 외모밖에 없다. 똑같은 사람으로서 같은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의 사업차 한국에 왔다가 종교적인 이유로 2016년 난민을 신청해 2018년 인정받았다. 한 차례 난민 신청이 거부됐을 때 출국 명령서를 받기도 했던 김씨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겨우 소송 끝에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
토크콘서트의 패널로 나선 정우성 UNHCR 친선대사도 “요즘엔 난민이라는 단어를 어려움이 있으니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이 아닌, 문제가 있는 집단이라는 관점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이어 “5년 전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왔을 때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차분한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혜경 UNHCR 한국대표부 대표는 “여러 현장에서 만난 실향민이나 난민들에겐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꿈과 공부하고 싶은 마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패널로 참석한 대학생 황승현(22)씨도 “자유를 찾아 난민 신청을 한 과정을 들으면서 내가 누리고 있는 자유가 당연한 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UNHCR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강제로 집을 잃은 난민 청년들에게 한국 사회가 어떤 곳인지 청년들이 함께 모여 고민을 나눴다”면서 “모든 이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난민인정자 175명 가운데 절반을 넘는 91명이 18세 이하 아동·청소년이었다.
서유미 기자
2023-06-2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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