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건도 안 갖춘 정치공세”… 임기말 대통령 발목잡기 정면 돌파

김상연 기자
수정 2016-09-26 00:54
입력 2016-09-25 22:46
‘해임정국’ 향후 전망
‘헌정 초유 해임 거부 대통령’ 비판
‘헌정 초유 해임 요건 미비’로 대응
박근혜 대통령이 ‘예상대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해임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야당이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지 13시간 30여분 만인 지난 24일 오후 장차관 워크숍에서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신속하고 단호하게 해임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 논란 때 내비쳤던 기조, 즉 야당의 공세를 임기 말 대통령 흔들기로 규정하면서 정면 돌파하겠다는 기조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일각에서는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에 대한 우려가 박 대통령의 강경 대응을 추동한다는 관측도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거대 야당에 한번 밀리면 앞으로 제2, 제3의 김재수가 나올 수 있고, 임기 말 ‘식물정권’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논란 때 박 대통령이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됐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 잔혹사’를 잘 알고 있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그들과 다른 길을 걷겠다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재수 해임 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정치적으로 나쁠 게 없다는 계산을 박 대통령이 했을 수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아직 ‘김재수’가 누군지도 모르는 국민이 태반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를 놓고 정쟁이 계속되면 보수층 내에서 ‘거대 야당의 대통령 발목 잡기’ 여론이 형성되면서 지지층이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박 대통령으로서도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박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쟁점 법안의 국회 처리가 불가능하다. 이대로 가면 1년 5개월가량 남은 임기가 제대로 성과를 못 내고 대치만 하다가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내년으로 넘어가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 가서는 양측이 타협할 가능성도 제기되나 뚜렷한 해답이 안 보이는 게 사실이다. 야당으로서도 국회에서 통과시킨 해임안을 양보하기 힘들고 대통령도 해임 부당성을 공언한 마당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대한민국 정치는 처음 가보는 길을 가게 됐다고 볼 수 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2016-09-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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