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南 동생 ‘한아름 선물’에 성낸 北 오빠
수정 2014-02-24 18:18
입력 2014-02-24 00:00
“가진 거 다 드려도 부족한데…이게 분단 현실인가””남쪽의 부모 형제도 같은 달을 볼 것 아니냐”
남쪽 동생이 한 아름 사온 선물을 60여 년 만에 만난 오빠 앞에서 하나하나 꺼내놓자 오빠는 굳은 표정으로 성을 냈다. 동생은 혈육의 정도 가로막는 분단 현실을 탓하며 울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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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2014 설 계기 2차 이산가족상봉 행사에서 북측 접대원들이 공동중식을 준비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이산가족상봉 행사 둘째날24일 북한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개별상봉행사에서 북측가족들이 남측가족이 머물고 있는 금강산호텔을 들어서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이산가족상봉 행사 둘째날2014 설 계기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 둘째날인 24일 북한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개별상봉행사에서 남측가족 홍명자씨 가족이 북측가족 홍석순에게 전달한 선물을 꺼내 보이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 둘째날인 24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남측 오재원(왼쪽)씨가 북측 형 오재형(85.왼쪽 두번째)씨 등 가족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4 설 계기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 둘째날인 24일 북한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개별상봉행사에서 북측가족이 선물을 들고 호텔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2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첫날인 23일 북한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60년 만에 재회한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상봉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조도순(오른쪽)씨가 북측에 있는 오빠 조원제(왼쪽·82)씨와 만나 눈물을 흘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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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첫날인 23일 북한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60년 만에 재회한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상봉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왼쪽 사진은 남측에 사는 딸 남궁봉자(왼쪽·61)씨가 북측의 아버지 남궁렬(오른쪽·87)씨를 만나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
금강산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2014 설 계기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 첫날째인 23일 북한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행사에서 남측의 동생 이선우(왼쪼) 씨가 북측의 오빠 리형우(오른쪽)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금강산=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2014 설 계기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 첫날째인 23일 북한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행사에서 남측의 조도순(오른쪽)씨가 북측의 오빠 조원제(82)씨와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금강산=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2차 이산가족상봉이 23일 부터 2박3일동안 금강산에서 열리는 가운데 이산가족들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속초=사진공동취재단
남편을 따라 성을 바꾼 미국 국적의 김경숙(81)씨는 전쟁통에 소식이 끊겼다가 재회한 오빠 전영의(84)씨 앞에 선물로 준비한 옷가지를 하나하나 꺼내며 “오빠 살아계실 때 이것도 입어보시고, 저것도 입어보시고”라고 들떠서 말했다.
그러나 오빠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보고만 있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화를 내며 “너희가 아무리 잘 산다 해도 이게 뭐냐!”라며 야단을 쳤다. 보다 못한 전씨의 북쪽 아들이 “아버지 그만하시라요”하며 말렸다.
경숙씨는 “오빠 한 번만 만나보려고 기다렸어요. 그렇게 만난 오빠에게 가진 것 다 드려도 부족한데…”라며 오열했다.
경숙씨는 “오빠가 그렇게 말해야 하는 현실이, 우리가 헤어진 시간, 이 현실이 서럽고 비참해서 눈물이 난다”라며 야속한 분단 현실을 탓했다.
경숙씨는 개별상봉 뒤 이어진 점심식사 자리에 오빠가 나타나자 이내 그의 손을 부여잡고 품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작별을 하루 앞둔 이날 점심이 ‘마지막 식사’라는 것을 의식한 듯 다소 침울한 분위기 속에 사진을 찍으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북쪽의 아버지 남궁렬(87) 씨와 60여 년 만에 재회한 봉자(61)씨는 가방 2개에 30kg씩, 60kg를 꽉꽉 채워 가져온 선물을 아버지에게 전달했다며 “평생 다 입고 신으실 만큼 옷과 운동화, 영양제, 감기약을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봉자씨는 “아버지에게 이 약 다 드시고 건강해지셔서 통일되면 또 만나자고 했다”라며 “아버지가 고향 충남의 쌀이 맛있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는데 그 쌀을 사오지 못해 아쉽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아버지가 북쪽에서 재혼해 얻은 아들 성철(57)씨도 생전 처음 본 이복누나를 “누나, 누나”하며 따랐다.
북측 최고령자 김휘영(88) 씨를 만난 여동생 종규(80)·화규(74)·복규(65) 씨는 모두 눈가에 눈물이 그렁한 채 오빠가 3년 전부터 옛 생각을 하면서 기록한 수필집을 동생들에게 선물했다고 전했다.
오빠는 “달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라며 “남쪽에 떨어져 있는 부모, 형제도 같은 달을 볼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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