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장외투쟁 대열에서 비켜선 채 ‘광장’ 밖에 머물러온 문재인 의원이 18일 모처럼 ‘침묵’을 깨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다시 포문을 열었다.
이날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거행된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도식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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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도식에서 참배하고 있다. 정연호 tpgod@seoul.co.kr
문 의원이 중앙무대에 모습을 드러내 ‘육성’으로 현안을 언급한 것은 지난달 2일 남북정상회담 관련자료 제출 요구안의 국회 처리 당시 본회의에 참석한 이후 한 달 보름여만이다.
문 의원은 이날 국정원 사태와 관련,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고 거듭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연장선상에서 김한길 대표와의 ‘단독회담’ 수용도 요구했다.
그러나 한동안 ‘잠행모드’를 이어온 문 의원이 곧바로 대여투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문 의원은 전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장외집회에도 불참했으며, 추도식 후 일단 부산으로 다시 내려갔다.
문 의원은 지난 16일 상경할 때까지만 해도 17일 집회에 참석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한길 대표와 상임고문단, 선수(選數)별 의원모임 등 20∼30명의 당내 인사와 릴레이 만남을 갖고 의견을 구하는 자리에서 “아직은 때가 아니다”, “여권에 공격의 빌미만 줄 수 있다”는 등 부정적 기류가 대세를 이루자 발길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문 의원은 “대선 후보가 직접 참석하는 게 혹여 도움이 되지 않고 부담이 될까봐…”라며 장외투쟁 불참 사유를 밝히며 “무한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장외투쟁에 언제 합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당 안팎에서는 문 의원이 당내 여론 등을 감안,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화록 공개 국면을 주도했다가 ‘사초(史草) 실종’으로 잠정 결론나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은 그로선 마땅한 ‘출구’를 찾기 녹록지 않은 처지에 놓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