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에 ‘보신각종’이 있다?…매일 종소리가 울리는 까닭은 [서울신문 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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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4-02-26 14:10
입력 2024-01-1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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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원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의 보신각종을 타종하는 모습. 서울신문 DB
국학원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의 보신각종을 타종하는 모습. 서울신문 DB
서울신문 편집국에선 매일 하루 2~3번 은은한 종소리가 울린다. 디지털 음향이 아닌, 실제 종이 내는 소리다. 중앙일간지들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각자 나름의 차별화된 간부회의 소집 방식을 채택했는데, 특히 서울신문의 회의 종소리는 국내 언론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하다.

이 종의 모양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 자세히 보면 서울 종로구에 있는 ‘보신각종’을 그대로 본따 만든 모습이다. 이는 보신각종과 서울신문 사이에 오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1398년(태조 7년) 한양 도성의 중심에는 백성들에게 시간을 알려주기 위한 ‘종루’가 마련됐다. 현재의 ‘종로’라는 지명은 이 종루 주변 거리라는 뜻이 담겨 있다.

●종로로 온 대종…무게 24t 단일 문화재 최대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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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팀이 종소리를 분석하는 모습. 서울신문 DB
2006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팀이 종소리를 분석하는 모습. 서울신문 DB
이곳에 처음부터 큰 종이 있었던 건 아니다. 높이 372㎝, 너비 273㎝, 무게 24t으로 단일 문화재로는 최대 규모인 보신각종은 사실 서울 곳곳을 떠돈 ‘방랑자’였다. 1468년(세조 14년) 만들어진 종은 본래 돈의문 인근의 신덕왕후 정릉 능사였던 정릉사에 걸려 있었다.

정릉사가 폐사되자 종은 다시 현재의 탑골공원에 있었던 원각사로 향했다. 이후 원각사를 헐면서 남겨진 대종을 숭례문 보루에 달았는데, 1594년(선조 27년) 이 종을 종로로 옮겼다. 1869년 종루가 불타는 아픔도 있었다. 고종은 1895년 새로 만든 종루에 ‘보신각’이라는 현판을 걸었고, 사람들은 드디어 이 종을 ‘보신각종’으로 부르게 됐다.

매년 12월 31일 보신각에서는 33번 종을 치며 신년을 맞이하는 ‘제야의 종’ 행사가 열린다. 조선시대엔 성문을 닫는 시간인 오후 10시를 ‘인정’이라고 하고 28번의 종을 쳤고, 통금이 풀리면서 성문을 여는 시각인 새벽 4시 ‘파루’에는 33번을 쳤다. 제야의 종소리는 성문을 여는 ‘파루’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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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새 보신각종을 만들기 위해  형틀에 주물을 넣고 있는 모습. 서울신문 DB
1985년 새 보신각종을 만들기 위해 형틀에 주물을 넣고 있는 모습. 서울신문 DB
●“보신각종에 균열이…” 국민모금으로 새 종을 만들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보신각종도 세월이 흐르면서 수명을 다하기 시작했다. 조선시대를 거쳐 해방 이후에도 새해 첫날, 3·1절, 광복절에 연이어 타종행사를 하면서 표면에 균열이 새겼다. 이에 서울신문은 1984년 1월 15일자 신문에 ‘보신각종이 수명을 다했다’는 내용의 특종기사를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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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새로 제작한 보신각종을 최종 점검하는 모습. 서울신문 DB
1985년 새로 제작한 보신각종을 최종 점검하는 모습. 서울신문 DB
그 결과 1984년 1월 20일 윤보선 전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보신각종 중주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서울신문사 안에 ‘보신각종 중주사무국’이 꾸려졌다. 이후 거국적인 모금운동이 펼쳐진 끝에 총 8억원의 성금을 거둬 지금의 새 종을 만들었다. 위원회는 1985년 8월 13일 새 보신각종을 거는 행사를 가졌다. 광복절인 8월 15일 보신각에서 새 종을 울리기 위해 맞춘 날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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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8월 13일 새로 제작한 보신각종을 서울 종로구 보신각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서울신문 DB
1985년 8월 13일 새로 제작한 보신각종을 서울 종로구 보신각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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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8월 13일 보신각종 중주위원회가 새로 제작한 종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 거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1985년 8월 13일 보신각종 중주위원회가 새로 제작한 종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 거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보물 2호로 지정된 기존 보신각종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 보관하도록 했다. 서울신문은 당시 새 종과 함께 제작한 작은 보신각종을 사내에 비치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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