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10번 출구에 금빛 쉼표를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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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수정 2026-05-11 00:06
입력 2026-05-10 17:56

‘21세기 가우디’ 하이메 아욘 인터뷰

서울에서 가장 바쁜 강남역
‘선물’이란 이름의 조각 3점
사랑과 선함 전하고 싶었죠
경계 넘나드는 세계관 투영
내 창의성은 늘 ‘0’에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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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의 후예’답게 작품마다 위트와 상상력을 뽐내는 하이메 아욘이 최근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 설치한 공공 조형물의 모습. 최대 높이 5m에 달하는 작품의 제목은 ‘선물’(더 기프트, 러브 유니버스 인 서초)로 사랑의 시작 ‘러브’, 포용의 순간 ‘위드’, 관계를 통해 얻는 평온한 따뜻함 ‘루미너스’ 세 작품으로 구성됐다.  비에이컴퍼니 제공
‘가우디의 후예’답게 작품마다 위트와 상상력을 뽐내는 하이메 아욘이 최근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 설치한 공공 조형물의 모습. 최대 높이 5m에 달하는 작품의 제목은 ‘선물’(더 기프트, 러브 유니버스 인 서초)로 사랑의 시작 ‘러브’, 포용의 순간 ‘위드’, 관계를 통해 얻는 평온한 따뜻함 ‘루미너스’ 세 작품으로 구성됐다.
비에이컴퍼니 제공


“강남역은 서울에서 가장 바쁜 공간이잖아요. 일을 하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정신없이 걷다가 만난 이 조각이 하나의 ‘쉼표’가 되길 바랍니다.”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이자 디자이너인 하이메 아욘(52)의 공공 조형물 3점이 최근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 들어섰다.

그가 한국에서 공공 조형물 설치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그는 2019년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2020년에는 현대백화점 프리미엄아울렛의 문화 예술 공간 디자인을 맡는 등 한국과 꾸준히 인연을 맺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서초구가 주관했으며 기획과 총괄은 비에이(BE:A)컴퍼니가 맡았다. 막바지 작업을 위해 방한한 그를 서울 송파구 한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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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창의성을 가진 예술가로 나를 기억해 준다면 좋겠다”고 말하는 예술가 하이메 아욘. 도준석 전문기자
“순수한 창의성을 가진 예술가로 나를 기억해 준다면 좋겠다”고 말하는 예술가 하이메 아욘.
도준석 전문기자


“‘선물’(더 기프트, 러브 유니버스 인 서초)이란 제목으로 강남역에 세 개의 조각을 세우게 돼 큰 영광이에요. 제 모든 작업이 그렇듯, 이 조각들도 사람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죠.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아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상기시키는 작품입니다.”

역을 나서면 보이는 4m 크기의 첫 번째 조각은 가슴에 하트를 단 채 두 손으로 하트 모양을 내밀며 서 있다. 이를 마주 보고 있는 5m 크기의 두 번째 조각은 첫 번째 조각을 향해 호응하며 두 팔을 벌린 채 다가오는 모습이다. 두 조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1.2m 크기의 세 번째 조각은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제작됐다.

“사람을 미소 짓게 만들고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함께 가자’와 같은 긍정적이고 좋은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거죠. 세상에 전쟁과 고통이 많지만, 저는 예술로 사랑과 선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21세기 가우디’라는 별명답게 그의 작품에는 항상 상상력과 위트가 넘친다. 브론즈 골드의 조각들은 부리를 가지고 있어 새처럼 보이다가도 손가락이 있고 신발을 신은 모습은 영락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혼종의 존재는 그의 ‘시그니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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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메 아욘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세 조각상의 미니어처. 하이메 아욘 소셜미디어 캡처
하이메 아욘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세 조각상의 미니어처.
하이메 아욘 소셜미디어 캡처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색이 강남역의 환경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빛나는 사랑’, ‘선물’이라는 주제와도 잘 맞고요. 아주 펑키한 신발을 신은 의인화된 존재는 제가 만든 존재입니다. 사람들의 상상력을 유발하기 위해 탄생했죠.”

디자인, 인테리어, 조각, 회화 등 그는 경계 없이 일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혹자는 그를 예술가, 또 다른 이들은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저는 카테고리를 나누는 걸 싫어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당신은 엔지니어입니까, 화가입니까?’라고 묻지 않잖아요. 저만의 세계가 있다면 무엇을 하든 상관없죠. 중요한 건 경계가 아니라 ‘자신의 세계관’을 투영하는 것이죠. 범주에 갇히지 않는 것이 제 직업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빛나는 창의성도 여기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창의성은 한 상자 안에 갇혀 있을 수 없습니다. 그 상자를 열어야 해요. 오늘날 세상은 그런 조합과 시도,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죠. 무언가를 ‘잘한다’고 평가받았다고 해서 꼭 거기에만 매달릴 필요 없어요.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항상 ‘0’에서 시작해요. 언제나 배우고, 변형하고, 진화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요.”

올해도 경계를 넘어서는 그의 작업은 계속된다. 12일 개막하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단편 영화 형식의 작품을 선보이며 6월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고인이 된 어머니에게 바치는 전시를 마련한다. 오는 9월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한 수녀원을 호텔로 탈바꿈한 장기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윤수경 기자
2026-05-1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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