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이순신 ‘난중일기’ 친필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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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1-27 15:05
입력 2025-11-27 15:05


“어머니를 떠나 두 번이나 남쪽에서 설을 쇠니 간절한 회한을 가눌 수 없다.”

1592년 임진년 정월,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은 글을 써 내려간다.

언뜻 보면 평범한 일상이다. 새벽에 아우 여필과 조카 봉, 맏아들 회가 와서 이야기를 나눴고 설을 맞아 선물과 편지를 보낸 사람도 있었다.

약 7년간 그날그날의 일을 담담하게 기록해간 일기에는 시대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왜적이 부산 앞바다에 도착했다는 긴박한 보고부터 치열한 전투 순간, 승리의 기쁨까지. 참혹한 전란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은 ‘인간 이순신’이 남긴 역사다.

이순신 장군의 손때가 묻은 국보 ‘난중일기’(亂中日記) 친필본을 비롯해 친척에게 쓴 편지, 장검 등 귀한 유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종가에서 대대로 보관해 온 이순신의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자리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충무공 탄신 480주년과 광복 80주년을 맞아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우리들의 이순신’ 전시를 선보인다고 27일 밝혔다.

전시는 전쟁 영웅을 넘어 인간 이순신의 면모를 비추는 데 집중했다.

이순신 종가가 보관해 온 국보, 보물 등 주요 유물 20건(총 34점)을 중심으로 현재 일본과 스웨덴에 남아있는 유물까지 258건(369점)이 총출동했다.

국보가 6건(15점), 보물이 39건(43점)에 달하는 귀한 유물의 ‘서울 나들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인간적인 슬픔과 아픔, 장수의 책임과 부하에 대한 사랑, 그리고 애국 충정으로 일생을 살아온 인간 이순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보 ‘이순신 난중일기 및 서간첩 임진장초’의 진본을 만날 기회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부터 1598년까지 전황과 전술 등에 대해 친필로 쓴 일기 7권과 친척 등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서간첩 등이 소개된다.

임금에게 올린 장계(狀啓·왕명을 받고 지방에 나가 있는 신하가 중요한 일을 왕에게 보고하던 문서) 61편을 후대에 옮겨 적어 엮은 ‘임진장초’(壬辰狀草)도 선보인다.

박물관 측은 “‘난중일기’를 비롯한 이순신 종가 유물 진본을 한 번에 서울에서 선보이는 일은 처음”이라며 “이순신의 사유와 결의를 생생하게 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기와 형태가 거의 같은 1쌍의 칼은 2023년 국보 지정 이후 처음으로 박물관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칼자루에는 ‘갑오년(1594년을 뜻함) 4월에 태귀련과 이무생이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1795년에 간행한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 속 기록과도 일치한다.

칼날 위쪽에는 이순신 장군이 직접 지은 것으로 전하는 시구가 새겨져 있다.

“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두려워 떨고,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이도다.”(三尺誓天 山河動色 / 一揮掃蕩 血梁山河)

이순신 관련 기록에 주목한 전시인 만큼 그의 삶과 정신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난중일기’ 기록을 보면 이순신 장군은 아들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뒤에는 ‘가슴이 지독히 탔다’고 털어놨고, 명량대첩을 앞두고는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다짐을 되새긴다.

조카 이분이 남긴 ‘이충무공행록’에서 마지막 순간을 기록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전시에서는 임진왜란의 침략국인 일본 다이묘(大名·봉건 영주) 관련 유물도 함께 선보인다.

벽제관 전투의 왜장 다치바나 무네시게(立花宗茂) 가문의 투구와 창, 나베시마 나오시게(鍋島直茂) 가문의 ‘울산왜성전투도’ 병풍 등은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초상화도 만날 수 있다.

약 9천400㎞ 떨어져 있었던 두 병풍의 만남은 인상적이다. 임진왜란 마지막 해인 1598년의 주요 전쟁을 담은 그림 ‘정왜기공도병’(征倭紀功圖屛)이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과거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진 병풍은 세트 형태이며,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각각 앞·뒤 부분을 보관해왔다.

임진왜란을 기록한 채색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두 나라에 흩어져 있던 병풍이 처음으로 한 공간에서 다시 만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시는 1794년 충남 아산에 세운 ‘어제 이순신신도비’(御製 李舜臣神道碑) 비문 가운데 명나라 장수가 이순신에 대해 내린 평가로 그의 삶과 정신을 다시금 비춘다.

“이순신은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經天緯地·경천위지) 능력과 찢어진 하늘을 꿰매고 흐린 태양을 목욕시킨 공로(補天浴日·보천욕일)가 있는 분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가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지지하는 응원의 기록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를 개막하는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는 무료로 볼 수 있다.

충무공 서거일인 12월 16일에도 전시를 무료로 개방해 그 뜻을 기릴 예정이다. 내년 3월 3일까지.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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