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사인 훔친 단장·감독 퇴출… 한국 스포츠에 ‘경종’
최병규 기자
수정 2020-01-15 02:04
입력 2020-01-14 22:20
휴스턴 구단, 르나우 단장·힌치 감독 해고…2017년 전자장비 이용해 사인 훔쳐 우승
국내 스포츠계도 사인 훔치기·승부조작
“신뢰 잃으면 스포츠는 없다” 교훈 새겨야
게티/AFP 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4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사인 훔치기와 관련해 애스트로스의 제프 르나우 단장과 AJ 힌치 감독에 대해 2020년 1년간 무보수 자격 정지를 확정했다. 아울러 휴스턴 구단은 2020∼2021년 신인 드래프트 1∼2라운드 지명권을 박탈당했고, 메이저리그 규정상 최대 벌금인 500만 달러 징계도 받았다. 이와 함께 지난해 10월 20일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뒤 벌어진 클럽하우스 축하 파티에서 여기자들에게 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해고된 브랜던 타우브먼 전 부단장도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징계 발표 이후 짐 크레인 휴스턴 구단주는 즉각 르나우 단장과 힌치 감독을 동반 해고했다.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휴스턴 구단의 사인 훔치기가 실제 경기에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하긴 어렵지만 가능성만으로도 경기에 상당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크레인 구단주는 징계를 피했다. 사무국은 “크레인 구단주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그는 보스턴 구단에서 비슷한 논란이 일어난 뒤 ‘우리에겐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라’고 르나우 단장에게 지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사인 훔치기를 폭로하는 언론 보도 직후인 지난해 11월 13일 조사위원회를 꾸린 뒤 2개월 동안 진상 조사를 벌였다.
휴스턴에 대한 징계는 일단락됐지만, 파문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알렉스 코라 당시 휴스턴의 벤치 코치이자 현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도 중징계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라 감독은 사인 훔치기 아이디어를 낸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2018년부터 보스턴 감독을 맡았는데 이 기간 보스턴도 사인 훔치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휴스턴은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4승3패로 꺾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추악한 사인 훔치기의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우승 트로피에 씻어낼 수 없는 불명예를 새기게 됐다.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LG 트윈스는 특정 상대팀의 구종별 사인 내용을 면밀하게 적은 뒤 더그아웃에 붙여 놓은 게 알려지면서 크게 논란이 됐다. LG 구단의 사과문으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이는 ‘신뢰를 잃으면 스포츠는 설 땅이 없다’는 격언을 분명하게 깨우쳐 준 사건이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20-01-1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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