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女’ 바다를 배우다 바다가 되었네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박지환 기자
박지환 기자
수정 2019-07-26 02:02
입력 2019-07-25 22:30

[포토다큐] 제주도 ‘한수풀 해녀학교’

이미지 확대
제주시 한림읍의 한 바다어장에서 한수풀 해녀학교 교육생이 베테랑 해녀의 지도 아래 해산물 채취에 대한 실습을 하고 있다. 3주 차부터 시작되는 바닷속 실습을 통해 아기 해녀는 진정한 해녀로 거듭나게 된다.
제주시 한림읍의 한 바다어장에서 한수풀 해녀학교 교육생이 베테랑 해녀의 지도 아래 해산물 채취에 대한 실습을 하고 있다. 3주 차부터 시작되는 바닷속 실습을 통해 아기 해녀는 진정한 해녀로 거듭나게 된다.
2016년 12월 유네스코는 ‘제주 해녀’를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했다. 제주 해녀문화가 특유의 공동체 의식과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줘 보존해야 할 문화적 가치로 인정받은 까닭이다. 여성 중심의 해양문화가 등재되는 첫 사례라는 점이 그 의미를 더욱 새롭게 했다.
이미지 확대
일일 해녀 체험을 위해 해녀학교를 방문한 일반인이 자신이 채집한 해산물을 들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해녀학교에서는 전문적인 교육뿐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체험 코스도 준비하고 있다.
일일 해녀 체험을 위해 해녀학교를 방문한 일반인이 자신이 채집한 해산물을 들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해녀학교에서는 전문적인 교육뿐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체험 코스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해녀들의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경고음이 높다. 전성기 시절 3만명 수준에서 현재 4500명으로 줄어들면서 무려 85%가 급감했다. 이마저도 60% 이상이 70세 이상의 노인으로 고령화 추세를 피할 수 없다. 어쩌면 10년 내 해녀문화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도는 이유다.
이미지 확대
이러한 상황에서 해녀문화를 계승·보존하기 위해 설립된 ‘한수풀 해녀학교’가 문제 해결의 열쇠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2008년 개교한 해녀학교는 현재까지 6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교육생들은 해녀사회에 새로운 피를 수혈해 활력을 불어 넣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
해녀학교 교육생들이 응급 상황을 대비한 심폐소생술을 실습하고 있다.
해녀학교 교육생들이 응급 상황을 대비한 심폐소생술을 실습하고 있다.
그간 어머니가 딸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구전, 전수되던 주먹구구식 교육은 16주, 160시간에 걸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탈바꿈했다. 교육기간 잠수 기초 이론과 실습은 물론 심폐소생술 등의 안전교육은 기본이다. 여기에 해녀공동체 문화의 이해를 위한 이론교육과 체험 또한 병행하고 있다. 단순히 물질만을 하는 해녀가 아닌, 유네스코 문화대사를 양성하는 해녀사관학교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 확대
해녀체험교실에 참여한 일반인이 학교 지도교수의 지시에 따라 수경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해녀체험교실에 참여한 일반인이 학교 지도교수의 지시에 따라 수경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해녀학교 12기 교육생인 성소현(34)씨는 “해녀가 되고 싶었지만 어머니, 할머니가 해녀가 아니면 해녀를 꿈꿀 수 없었다” 며 “해녀학교를 알게 되고 그간 마음속으로만 간직했던 해녀의 꿈에 도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해녀들도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학교를 통해 배출된 해녀들이 실제로 어촌계로 유입돼 지역사회의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
교육생들이 선배 해녀를 따라 물질에 나서고 있다.
교육생들이 선배 해녀를 따라 물질에 나서고 있다.
해녀 실기수업을 맡고 있는 양경아(68)교수는 “올해도 5명의 해녀가 학교를 통해 어촌계로 발을 들였다” 며 “강의를 통해 해녀로 거듭나는 교육생을 보면 해녀문화 보존의 선봉에 서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 오른다”고 밝혔다.
이미지 확대
홀로 서기에 도전한 해녀 교육생이 베테랑 해녀의 도움 없이 물질을 시도하고 있다.
홀로 서기에 도전한 해녀 교육생이 베테랑 해녀의 도움 없이 물질을 시도하고 있다.
제주 해녀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그 해녀의 삶에 도전하는 새내기 해녀들. 오늘도 그녀들은 바다에 뛰어들 것이다. 물 밖으로 나와 ‘휘이~’하고 몰아쉬는 숨비소리를 내며 미래와 꿈을 노래할 것이다. 앞으로 그들의 ‘물질’에 건승만이 있길 기원한다.

제주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2019-07-26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1 / 5
1 / 3
광고삭제
121년 역사의 서울신문 회원이 되시겠어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