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않던 산업부, 대통령 한마디에 입장 바꿔… 5.2% 경감 효과

김경두 기자
수정 2016-08-12 00:23
입력 2016-08-11 22:42
누진제 고수한다더니 이틀 만에 선회… 완화 방향은
당정은 이날 7~9월에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전기요금 부담 완화에 합의했다. 누진제 6단계 체계에서 각 구간의 폭을 50㎾h씩 올려주는 방식으로 요금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1단계의 경우 현행 ‘100㎾h 이하’에서 ‘150㎾h 이하’로, 2단계는 ‘101~200㎾h’에서 ‘151~250㎾h’로, 마지막 6단계는 ‘500㎾h 초과’에서 ‘550㎾h 초과 등 단계별로 50㎾h씩 상향 조정되는 것이다. 단, 100㎾h 이하로 쓰는 가구는 이번 대책에서 혜택을 전혀 받지 못 한다.
산업부는 2200만 가구가 3개월간 총 420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고 추산했다. 7~9월 전기요금을 월평균 19.4%씩 낮추는 효과이며, 연간으로는 전기요금 부담액의 5.2% 수준이다. 지난달 전기요금은 소급 적용해 깎아주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누진제 3~4구간(201~400㎾h)을 합쳐 3구간 요금을 받는 방식으로 누진제를 완화했다. 703만 가구가 총 1300억원의 전기요금 경감 혜택을 받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장기간의 폭염으로 누진제 부담이 큰 5~6단계로 진입하는 가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올해 대책은 지난해와 비교해 수혜 가구와 지원 금액에서 각각 3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난 민심에 놀라 서둘러 대책을 급조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정작 논의의 핵심인 전체 누진 체계의 개편은 또 뒤로 밀렸다. 당정은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중장기 대책으로 처리하기로 했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볼 때 실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산업부는 그동안 전기요금 개편의 시늉만 해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현 산업부)는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누진제를 3~4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서민 증세, 부자 감세’ 비판에 직면해 포기했다. 2013년에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공염불에 그쳤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우리나라 기후대가 변하면서 열대야가 상시화되고 국민 생활 패턴도 바뀌고 있다”며 “두 가지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2016-08-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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