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빛바랜 예술 빛내는 수술
수정 2016-07-31 23:56
입력 2016-07-31 17:32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곳국립현대미술관 복원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층에 있는 보존과학실. 육중한 철제문을 세 번이나 밀고 들어가면 복도 좌우로 여러 개의 방이 나온다. 재질분석실과 조각수복실, 유화 및 한국화 수복실 등 각 전문 분야별로 분리된 작업실이다. 훼손된 작품은 먼저 재질과 장르에 따라 구분한다. 재질분석실에서는 적외선이나 엑스레이 같은 특수 기자재를 동원해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작품의 고유 성분은 무엇인지 등의 분석을 한다. 조각수복실에서는 떨어져 나간 조각 작품 ‘여심’을 복원하고 있었다. 작품에 낀 때를 벗겨 제 빛을 내게 하고, 칠을 다시 해 환한 미소를 되살리는 손놀림이 부산했다. 유화 및 한국화수복실에서 사용하는 복원 작업 도구들은 마치 수술 도구를 연상시킨다. 붓 터치 효과를 살리기 위해 치과용 의료 기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표면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클리닝 작업은 잘못하면 원본 작품도 함께 지워지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크다. 각각의 작업실 모두가 고난도의 기술과 숙련된 경험을 필요로 한다. 권희홍 조각수복실 학예연구사는 “복원 작업의 핵심은 티 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훼손된 부분을 감쪽같이 감춰야 하고 철저하게 수작업으로만 진행한다는 점에서 다른 분야보다 작업 과정이 훨씬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술작품 복원이란, 원작이 상당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훼손되거나 유실된 부분을 원본에 충실하게 복구하는 작업이다. 미술품 복원가 김주삼(Art C&R소장)씨는 “복원 작업은 미술품의 상태를 자세히 살피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작업 중엔 훼손된 부분에만 집중을 한다”고 말했다. 작품의 가격과 유명도 등 ‘딴생각’을 하면 복원에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복원 전문가의 손에서 수장고를 통해 나온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전과 기획 전시로 관람객과 만난다. 작품보존미술은행관리과 임성진 학예연구사는 “보존 복원 작업은 작품을 건강하게 오랫동안 전시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훼손된 미술품을 되살리고 그것을 함께 감상할 수 있을 때 작품의 가치는 올라간다”고 말했다. 무더운 여름철 청량한 미술관에서 명작의 감동을 느껴 보자.
글 사진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2016-08-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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