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위기에 박 감독은 내심 기뻐하면서도 “기대치가 높아진데다 대진도 좋지 않다”며 걱정스러운 마음도 드러냈다.
이번 대회 남자단체전에서 일본은 16강을 부전승으로 통과하나 8강에서 한국-인도의 승자와 맞붙게 돼 오는 21일 사실상 ‘한일전’을 앞두고 있다.
12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고국과의 부담스러운 첫 대결이다.
여자 대표팀도 8강에서 인도네시아와 맞붙을 공산이 크고, 준결승에 진출하더라도 ‘세계 최강’ 중국과 마주칠 전망이다.
박 감독은 “그야말로 ‘최악의 대진표’를 받은데다 선수들이 국내 실업리그를 소화하고 오느라 피로가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아시안게임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한국처럼 합숙훈련을 하기 어렵고 소속팀 일정을 병행하며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세계단체선수권대회에서 우승, 준우승을 했던 만큼 한국 팬들 앞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였으면 좋겠다”고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국제대회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으나 아시아의 강세가 뚜렷한 배드민턴의 특성상 최근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은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지 못했다.
2006년 도하에서는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 2010년 광저우에서는 동메달 1개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일본 감독으로 세 번째 아시안게임을 앞둔 박 감독은 “이번에는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2개는 따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번 대회에 일본 대표로는 남자복식 세계랭킹 3위인 엔도 히로유키-하야카와 겐이치, 올해 세계개인선수권대회 여자단식 동메달리스트인 미타니 미나쓰 등이 출전한다.
양보 없는 승부를 앞뒀으나 박 감독은 경쟁국의 지도자가 아닌 국가대표 선배로서 한국 대표팀 후배들을 위한 애정이 담긴 조언도 잊지 않았다.
”세계개인선수권대회 남자복식 결승전을 보니 (준우승한) 이용대가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것 같았어요. 하지만 스스로 이겨내는 것도 실력입니다. 그래서 경험이 필요한 거죠.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지만 그간 외국 대회를 통해 쌓은 경험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평정심을 갖고 나서라고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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