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내주고 밥 情 퍼주다
수정 2014-08-26 00:34
입력 2014-08-26 00:00
주민 아지트로 거듭난 성동구 공유부엌
“음식하면서 친해질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호호호.”
주민들의 자체 커뮤니티인 하늘나무 사랑방에 자리한 30㎡ 넓이의 ‘공유 부엌’은 주민들끼리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고 소통하는 공간이다. 집 안에서 가장 개인적인 공간인 부엌을 주민들끼리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만든 것이다.
최근 성동구는 주민회와 함께 이곳을 더 많은 주민과 공유하고자 ‘동네부엌 밥심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서울시 공유 촉진 사업 공모에 선정됐으며, 강연과 요리실습 등으로 이뤄진 ‘삶과 먹을거리’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소셜 다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관심사별, 모임별, 세대별 공동 식사 모임도 주관한다.
성동구민들이 이 같은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기로 기획한 건 5년여 전이다. 50~100여명이 협동조합·생협 등 자생적인 비영리단체들을 꾸렸고, 이 단체들을 한데 모아 성동주민회라는 법인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2010년에는 주민들을 위한 공동의 공간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우고 1년여 동안 공동 출자금을 모았다. 그 결과 1억여원을 모금해 공유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사랑방 기획에 참여한 성동마을넷 손병호 사무국장은 “음식도 같이 만들어 나누고 모임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바람을 실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4월 문을 연 뒤 이 공간은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다. 쉼터 또는 문화공간 몫도 톡톡히 한다. 특히 공유 부엌을 활용한 모임들이 많다. 주부 10여명으로 이뤄진 ‘다함께 찬찬찬’이라는 이름을 내건 반찬 봉사 동아리는 매주 화요일 20인분을 만들어 지역 취약계층인 노인들과 저소득 가정 어린이들에게 정성껏 배달해 준다. 지역 청년 커뮤니티인 ‘이끌림’이라는 단체도 공유 부엌을 이용해 노인들을 위한 반찬 봉사 활동을 한다.
사랑방을 관리하는 황미영 간사는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더 적극적으로 기획해 마을 주민들이 이 공간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야무진 각오를 밝혔다.
글 사진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2014-08-2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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