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쾅’ 굉음 뒤 배 휘청… 옆자리 친구, 순식간에 바다로 휩쓸려
수정 2014-04-17 10:04
입력 2014-04-17 00:00
생존자가 전한 악몽의 순간
“‘쾅’ 소리와 함께 배가 기울면서 (몸이) 넘어졌어요.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또 친구들은 울고불고 난리가 났죠.”
진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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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이틀째인 17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앞에서 이날 추가로 확인된 열 번째 사망자의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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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실종자 가족들이 ”실종된 학생이 보낸 내용”이라며 생존자 명단이 표시된 휴대전화를 보여주자 한 실종자 가족이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16일에도 진도 팽목항에 모여있는 가족들이 침몰한 여객선에서 보낸 ”살아 있다. 구조해달라”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는 등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메시지가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실내체육관, 병원, 팽목항 등 각지에 모여 있는 실종자 가족들이 오열하는 등 크게 동요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연합뉴스 -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실종자 가족들이 ”실종된 학생이 보낸 내용”이라며 생존자 명단이 표시된 휴대전화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6일에도 진도 팽목항에 모여있는 가족들이 침몰한 여객선에서 보낸 ”살아 있다. 구조해달라”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는 등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메시지가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실내체육관, 병원, 팽목항 등 각지에 모여 있는 실종자 가족들이 오열하는 등 크게 동요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연합뉴스 -
전라남도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선사 직원 박지영 씨 유족이 17일 목포한국병원에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을 끌어안고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현장을 방문, 해경 경비함정에서 수색 및 구조작업 모습을 둘러본 뒤 지휘함인 3009함에서 다시 경비정함으로 건너오고 있다.
연합뉴스 -
16일 오전 2학년 학생들이 수학여행길에 여객선 침몰사고를 당한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한 학부형이 휴대전화를 움켜쥐고 빨리 자식의 연락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16일 전남 진도 해역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사고로 실종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중학교 동창 친구들이 단원고를 찾아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메모를 남겨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진은 실종학생의 중학교 동창인 안산 선부고 학생이 단원고 2학년 4반 교실 책상에 메모를 남기는 모습.
연합뉴스 -
학생들을 인솔하고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전남 진도해역에서 제자들과 함께 실종된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 김초원 교사는 사고 당일인 16일이 생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
전남 진도 해상의 여객선 침몰 사고 가족들 이 17일 진도군 실내체육관에서 찬 바닥에 이불 하나를 덮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연합뉴스 -
정홍원 국무총리가 17일 새벽 여객선 침몰 보호소가 설치된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 후 발길을 돌리다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를 받으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연합뉴스 -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구조소식을 기다리며 밤을 지샌 한 실종자 가족이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사고현장서 발견된 여학생 가방17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 사고선박 주변에서 모 여학생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이 발견됐다. 가방 안에는 학생의 명찰, 화장품, MP3 재생기, 약통, 교통카드 등이 들어 있었다.
연합뉴스 -
물병 맞는 정홍원 총리
정홍원 국무총리가 17일 새벽 여객선 침몰 보호소가 설치된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발길을 돌리다 시급한 정부의 구조대책을 촉구하며 날아든 물병에 맞고 있다.
연합뉴스 -
내 자식 살아있나요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실종자의 가족들이 16일 밤 난간에 기대어 바다를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진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승객 462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한 16일 전남 진도군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구조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사고현장 가는 학부모들여객선 침몰 소식을 들은 경기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이 자녀를 만나러 가기 위해 전남 진도행 버스에 앞다퉈 오르고 있다. 사고 여객선에는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이 학교 학생 325명과 교사 15명 등이 탔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
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 해상에서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가운데 구조된 학생들이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눈물을 흘리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진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16일 여객선 침몰사고 부상자들이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구조자 명단을 보며 울음을 삼키고 있다.
연합뉴스 -
진도 해상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한 16일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딸 친구에게 딸 소식을 물어보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진도 해상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한 16일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구조되어 온 피해자들이 서로 위로를 하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진도 해상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한 16일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구조되어 온 피해자들이 서로 위로를 하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김채은(16)양은 “2층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확 기울었다”며 “선내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알려 줬으면 좋았을 텐데 가만히 움직이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김양은 “헬기가 여객선 근처에 도착했고 자신 있는 사람은 (헬기에 오르는) 사다리를 타라고 했지만 위험해서 탈 엄두를 못 냈다”면서 “(구조선으로 연결된) 슬라이드를 기다리던 중 물이 확 들어와 순식간에 바다에 빠졌다”고 말하며 몸서리를 쳤다. 또 주변에 있던 친구들 10여명은 배가 순식간에 기울면서 그대로 바다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정모(16)양은 “여객선 2층 방 안에 있었는데 ‘쿵’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배가 기울기 시작했고 밖에 나와 보니 아이들이 중심을 못 잡고 휘청휘청하다가 넘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큰 충격은 못 느꼈고 곧바로 원상 복구될 줄 알았다”며 “넘어진 아이들은 좁은 방 안에서 칸막이 등에 충돌하면서 찰과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사고 당시 충격음에 대한 생존자들의 증언은 다소 엇갈렸다. 허영기(46)씨는 “사고 당시 ‘쾅’ 소리는 들리지 않고 크게 출렁대다가 기울어져 넘어갔다”며 “배가 기울어지면서 적재함에 실려 있던 차들끼리 충돌하면서 난 소리를 사람들이 오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배가 기운 지 10분 정도 있다가 ‘구명조끼 입고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라. 10분 정도면 구조대원들이 온다’는 방송이 나왔다”며 “10분 동안 물이 막 들어왔고 사람들이 기다리다 못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허씨는 또한 “그때가 식사시간이라 학생 대부분이 지상 1층 선실에 있었다”면서 “다른 성인 승객들은 갑판에 나와 있는 사람도 많았지만 학생들은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자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유독 피해가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서둘러 달려온 구조 선박들이 여객선 근처로 다가왔고 일부 승객은 구조원이 건네준 호스를 잡고 침착하게 탈출에 성공했다. 구조된 단원고 학생들과 승객들은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옮겨져 안정을 취했다. 모포를 뒤집어쓴 채 한기를 쫓던 학생들은 얼굴이 안 보이는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먹이기도 했다.
김주희(16)양은 소방관의 부축을 받고 나타난 친구 최민지(16)양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살아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실감한 데다 친구의 생존을 확인한 데 따른 안도감이 겹치면서 둘은 서로 껴안고 눈물을 쏟아 냈다. 김양은 “어른들이 ‘학생들부터 입으라’며 구명조끼를 던져 줬고 바다에 뛰어내려 무사히 고무보트에 올라탈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구명조끼가 충분하지 않아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도 많았다고 전했다.
업무차 일행 5명과 함께 세월호에 올랐던 김도영(50·인천 부평구)씨는 “아침 9시쯤 암초에 부딪히는 듯한 ‘드르륵’ 소리가 나고 2~3분 후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며 “3층 일반실에 200여명이 있었는데 반대쪽 사람들이 밀려와 충돌하면서 석고보드로 된 마감재 벽이 부서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먼저 빠져나가려는 사람은 없었고 학생들이 질서를 잘 지켜 대견했다”면서도 “비상구가 없는 배 안쪽으로 갑자기 물이 들어오면서 학생들이 휩쓸려 갔고 인명 피해가 늘어난 것 같다”고 밝혔다.
사고 선박에는 환갑을 맞아 여행길에 나섰다가 운명이 엇갈린 인천 용유초등학교 동창생들도 있었다. 생존자로 확인된 이중재(60)씨의 부인(54·인천 부평구)은 “남편은 모교 지원으로 동창생들과 환갑 기념 2박3일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했다”면서 “남편은 생존이 확인됐지만 동창생 대부분이 부부 동반으로 잘 아는 사이인데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남편은 동창생 모두 뿔뿔이 흩어져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고 자신은 구조를 기다리다가 거의 마지막에 바다로 뛰어내렸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진도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04-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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